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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지역 학생들의 학교폭력 피해율이 전국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피해 경험이 크게 증가하며 지역 교육 현장의 대응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16일 발표한 ‘2025년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등학생 가운데 10만1,776명이 참여한 이번 조사에서 피해 경험률은 3.1%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6%보다 0.5%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특히 초등학교 피해 응답률이 0.9%포인트 상승하며 가장 큰 폭의 증가를 기록했다.
교육청은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민감성이 높아진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농촌과 중소도시가 많은 전북의 교육 환경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북은 대규모 도시보다는 중소형 학교 비중이 크고, 학급당 학생 수가 적어 학생들 간 관계가 더욱 밀접하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은폐되기보다 표면화되기 쉽고, 언어폭력이나 따돌림처럼 관계 중심의 폭력이 두드러질 수 있다.
실제 피해 유형을 보면 언어폭력이 38.4%로 가장 많았고, 집단 따돌림이 17.2%, 신체 폭행이 14.1% 순이었다. 피해가 발생하는 시간은 쉬는 시간(29.0%)과 점심시간(21.4%) 등 일상적 교내 생활 공간에서 집중됐다.
피해 장소 역시 교실(26.8%)과 복도·계단(18.9%) 등 교내가 71.4%를 차지했다. 이는 교내 생활공간이 곧 갈등 발생의 무대라는 점을 보여준다.
가해 응답률도 전년보다 소폭 증가한 1.6%로 나타났는데, 초등학생의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가해 이유는 ‘장난이나 이유 없음’이 34.0%로 가장 많았으며, 이는 낮은 학년에서 충동적·비의도적 폭력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목격 경험 응답률은 8.5%로 전년보다 3.5%포인트 늘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33.7%에 달해 목격 학생에 대한 대응 교육도 시급함을 드러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 건수는 2024년 622건에서 올해 674건으로 증가했으며, 그 중 ‘학교폭력 아님’ 판정 사례가 315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사소한 갈등까지 신고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서면사과, 접촉금지, 학교봉사 등 경미한 조치 건수도 크게 늘어 학교 현장에서 갈등이 잦아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전북교육청은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학교 중심의 관계 회복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올 9월부터 초등학교 1~3학년을 대상으로 ‘관계회복 숙려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생활교육 담당교사 및 학교 관리자 연수를 통해 갈등 조정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교육청은 중대한 폭력 사안에는 엄정 대응하되, 경미한 사안은 학교 내 관계 회복을 통한 해결 방식을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피해 학생 보호 체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사안 초기부터 법률·심리 지원을 제공하고, 피해학생 전담지원관을 활용해 촘촘한 지원을 이어간다. 아울러 학교폭력예방센터를 중심으로 공정하고 신속한 사안 처리를 돕기 위해 전담조사관 전문성 강화, 가이드북 배포, Q&A 자료 제공 등도 병행하고 있다.
전북은 농촌과 도시가 혼재된 지역 특성상 학생 수가 적은 학교가 많고, 그만큼 학생 간 관계가 밀접하다. 이번 실태조사는 단순한 처벌 중심의 대응을 넘어, 지역 현실에 맞춘 생활교육과 관계 회복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교육청의 대책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미정 전북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은 “학교폭력 피해 경험률 증가에는 민감성 강화도 영향을 미쳤지만, 실제 현장에서 갈등 발생 빈도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라며 “중대한 사안은 엄정하게 다루고, 가벼운 갈등은 관계 회복 기회로 삼아 평화롭고 안전한 학교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