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지만, 전북의 많은 노동자들은 이미 차례상보다 더 절박한 문제 앞에 서 있다. 옷 한 벌, 쌀 한 포대도 부담스러운 형편에서, 지금 그들은 ‘받아야 할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해 속앓이하고 있다. 이러한 비극은 단순한 노동 현장의 문제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의 도덕성과 책임을 묻는 사안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7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전북 지역에서는 노동자 4,955명의 임금이 총 507억 원가량 체불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광역도 단위 중 경기·경남 등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이며, 전국 체불 규모 대비 비중보다 훨씬 높다. 명절 직전의 체감된 고통은 더욱 뚜렷하다. 전북노동권익센터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도내 1,448개 사업장에서 4,064명의 노동자가 438억 9,200만 원의 임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한 상태다. 특히 완주군 단일 사업장에서만 198억 원이 체불된 것은, 과거 알트론 사태가 아직도 미해결인 채 남아 있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 사례다. 문제는 노동자 개개인의 삶이 금세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개월 치 월세, 공과금, 자녀 교육비, 병원비 등은 밀린 임금 앞에서 한순간에 허물어질 수 있다. 더구나 추석이 코앞인 지금, 차례상을 꾸릴 여유는커녕 가족과 마음 맞춰 마주 앉을 여유조차 잃는 이들이 많다. 노동권익센터는 “체불임금은 밀린 돈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을 무너뜨리는 범죄 행위”라고 단언한다. 고용노동부는 “모든 권한과 역량을 동원해 체불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조정과 중재, 사실 조사, 법적 절차 등이 수개월씩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게다가 사업주가 법망을 교묘히 피하거나 자산을 분산해 놓는 경우, 실질적인 강제집행은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체불 해결을 고용노동부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역할이 절실하다. 전북도와 시군 단위 지자체는 체불 임금 피해 노동자들에 대한 긴급 생계비 지원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최소한의 방파제이자 사회적 안전장치다. 뿐만 아니라, 지자체가 정기적으로 ‘체불 실태 감시단’을 구성해 사업장 현장을 점검하고, 고용노동부 지청과 연계하여 ‘체불예방 점검’을 주기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전주상공회의소 같은 지역 상공회의소나 산업계 조직도 예외일 수 없다. 상공회의소는 회원 기업들에게 ‘임금체불 방지 약속’을 의무화하고, 신뢰할 만한 기업에 대해서만 회원 자격을 인정하는 등의 자정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또 기업 간 ‘임금지급 우수 기업’ 인증 제도를 도입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체불을 저지르는 사업장이 지역 경제 시스템 밖으로 밀려나도록 하는 압력을 형성할 수 있다. 물론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 임금 체불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 책임자 형사 처벌 규정의 실효성 확보, 체불채권 우선 변제 제도 확대, 임금지급 보증보험 제도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세나 관급 공사 수주 제한 등 행정적 제재가 병행돼야 한다. 추석은 화합과 나눔의 의미가 크다. 전북 지역의 노동자들이 명절 상차림 앞에서 한숨짓지 않도록, 지금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각 기관이 책임지고 나설 때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 지역 기업, 노동계, 시민사회 모두가 함께 손을 잡고 나서지 않는다면, 명절 이후에도 이 땅의 노동자들은 또다시 잔인한 ‘밀린 월급 달력’ 앞에 홀로 남겨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