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인사평가 ‘PIP’, 직원 퇴출 수단 논란
하위 10% 무작위 부여 지적… 정신질환 산재 인정 사례도 성과 개선 명분 뒤 퇴출 관리 의혹, 현장 압박 가중
김경선 기자 / 입력 : 2025년 12월 30일
쿠팡이 운용 중인 인사평가 프로그램이 성과 개선을 명분으로 사실상 직원 퇴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평가 기준과 운영 방식이 불투명한 데다, 결과가 곧바로 인사 조치로 이어지면서 현장에 과도한 압박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인 안호영이 확보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업무성과 하위 10%에 해당하거나 회사가 지정한 노동자에게 무작위로 ‘PIP(Performance Improvement Plan·성과개선계획)’가 부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PIP의 기준과 대상, 후속 조치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사례에서는 직렬이나 직급상 수행이 사실상 어려운 과제가 부여됐고, 이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로 인해 해당 제도가 역량 향상을 위한 장치라기보다 퇴출을 전제로 한 관리 방식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사내 회의 녹취에서는 PIP 탈락자에 대해 “직무 변경, 사직 합의, 대기발령 등의 인사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확인됐다. 평가 결과가 고용 안정성과 직결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인사관리 방식이 노동자들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도마에 올랐다. 근로복지공단은 성과관리 과정에서의 과도한 압박과 반복적인 부정적 피드백, 업무 배제와 차별적 관리 등이 원인이 돼 정신질환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사례들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 쿠팡그룹 노동조합이 종합한 설문조사에서는 재직 중인 응답자의 96%가 현행 인사관리제도가 불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모호하고 주관적인 상대평가 기준, 관리자 권한 남용과 보복성 평가를 주요 문제로 지적했다. 평가 이후 권고사직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30%, 조직 이동이나 연봉 삭감 등 불이익을 겪었다는 응답도 19%에 달했다.
이로 인해 쿠팡의 인사평가 제도가 개인의 역량 개발을 위한 관리 수단인지, 구조적 인력 감축을 전제로 한 통제 장치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국내 주요 IT·플랫폼 기업들은 최하위 고과 비율 할당제를 폐지하는 흐름으로 전환하고 있다. 법원 역시 유사한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운영한 한국도로공사와 KB국민은행, KT 등에 대해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어, 쿠팡의 인사관리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김경선 기자 |
김경선 기자 /  입력 : 2025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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