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보내 준 글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3월 19일
형효순 수필가
내일 도서관에 반납할 책이다. 독후감 쓸 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보내기엔 아쉬운 책이라 틈새를 비집는다. 형효순의 ‘이래서 산다’란 이름표를 단 수필집이다. 표지엔 ‘2016년 세종도서 문학 나눔’이라고 적혀 있다. 좋은 책이라는 증표리라. 철쭉 밭에서 찍은 사진 속의 저자는 참 좋은 인상이다. ‘전국농어민신문’최우수편지 일반부문 동상 수상과 행촌문학상을 수상했다. 검정교과서 중등학교 ‘생활국어’에 수필 수록이 되었다. 어설픈 유혹을 한다며 농촌으로 와서 살라고 한다. 빈집이 많은 농촌에 누구라도 찾아오면 환영한단다. 조금만 천천히 지내다 보면 날마다 웃고 살 수는 없지만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소소한 작은 일들이 이루어졌을 때, 자연과 함께했을 때가 행복하기 때문이란다. 글쓰기가 처음엔 자신을 구원하기 위한 여정 이었지만,이제는 혹여 농촌으로 내려올까 고민 중인 사람들에게 이 글이 유혹이 되길 바란다. 나 역시 시골 예찬론자다. 유년시절 산. 강. 들에서 풀쩍풀쩍 메뚜기처럼 뛰어 놀았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한 번도 마른 적이 없다. 힘들 때 마다 고향산천이 나를 지켜 준다. 그녀의 시골 사랑을 이해할 것 같다. 순수한 농민들의 마음과 풀꽃.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를 들으면 저절로 힐링이 되리라. 자연을 닮아서인지 너른 품이다. 대가족들과 부대끼며 산 세월이 어찌 편하기만 했으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 속의 모습은 풀꽃을 닮았다. 맏며느리로 부대끼며 살아 온 세월이 나와 쌍둥이다. 도시와 시골이란 점만 다를 뿐 무말랭이처럼 오그라든 가슴은 동병상련을 느끼게 한다. 시아버님께 감히 명성황후 흉내를 내며’제가 이 집 맏며느리입니다.’하고 자신을 굽히지 않은 부분에선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시나브로 고부간은 적정선을 찾게 된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의 차잇점에도 고갯방아를 수없이 찧는다. 두 분의 어머니를 정성스레 모시는 효성에 감복한다. 부지깽이 손도 빌리고 싶을 만큼 바빴을 게다. 그러다보니 어찌 화가 쌓이지 않으랴. 제목마다 감성이 찰방거리고 배울 점이 다복솔이다. ‘화는 내 친구’란 글에 오래 머문다. ‘화란 놈은 마음속 어딘가에 깊숙이 숨어 있다가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으면 불쑥 나타나 곤혹스럽게 한다. 이’화’란 놈은 상대의 마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제멋대로 혼자 설치는 데 가장 문제가 된다. 그리고는 얼마가 지나면 슬그머니’후회’라는 친구를 데려다 놓는다. 우리의 마음은 밭이다. 그 안에는 기쁨. 사랑, 즐거움, 희망과 같은 긍정의 씨앗이 있는가 하면 미움, 절망, 좌절, 시기, 두려움 같은 부정의 씨앗이 있다. 우리가 어떤 씨앗에 물을 주어 꽃을 피울지는 자신의 의지에 달렸다. 박양근 문학평론가의 작품해설도 맛있다. ‘흙바람 속에 잠긴 인생별곡’이라고 평한다. 그녀의 수필에서는 흙냄새가 나고 흙바람이 분다. 평생 동안 시골에서 농사를 지었고 글을 쓰면서도 온몸과 마음에 흙 기운을 묻히게 되었다. 수필을 읽어 내려갈수록 독자들이 각자의 고향을 향해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가 되는 것은 가장 근원적인 향수를 찾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자연과 떠나온 고향과 놓쳐버린 사람 냄새를 되살려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 감촉을 전달해주는 언어는 마치 잘 여문 볍씨가 뿌려진 모판 같은 문양을 연상시켜준다. ‘이래서 산다’는 5부로 구성되어 있다. 흙. 가족, 벼꽃, 마당, 씨앗을 소재로 농촌의 다정다감한 풍경과 소박한 인정. 끈질긴 모성과 노인의 황혼을 감각적으로 그려내는 작품들은 농촌생활 풍경과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로 나누어진다. 가난과 절망뿐이었던 1960년대 농촌마을에서 살아야 한 그녀를 구원해준 몸부림이며 단 하나의 정신적 방어막이 문학이다. 그것이 있어 그녀는 지금까지 농촌을 떠날 수 없다. 시련의 세월은 “늘 추웠고 안개같이 뿌연 미래가 서러웠다.” 오죽하면 꽁꽁 언 얼음산이 신음하듯 한 번씩 목 놓아 울었다고 기억할까. 농촌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마침내 어머니가 되었다. 대지는 어떤 날씨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지켜오는 대모이다. 그녀가 평생 동안 흙과 싸워 오면서, 봉건적 가풍에 저항한 것도 가족을 위한 집터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래서 산다’ 말 속에는 현실을 포용하는 달관의 미학이 담겨 있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흔히 ‘그래서 살 수 없다’고 불평한다. 그 사람에게 조차 ‘이래서 산다’고 조용하게 타이른다. 누구든 주변의 모든 것을 꽃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마력적인 글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글을 만난 행복한 정월대보름이다. 그녀가 보름달이다. 책 속에서도 보름달에 얽힌 추억을 적어 놓아 내가 쓴 수다상과 닮아 손이라도 잡고 싶어진다. 자연과 문학을 사랑하고 묵묵히 맏며느리 노릇을 하고 있는 그녀와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고향을 만나게 해 준 형효순 수필가님께 오곡밥과 갖가지 나물로 차린 밥상을 드리고 싶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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