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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노래, 1963년과 2026년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4월 05일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아침마다 오르는 동네 산에 지난 주말부터 진달래가 피기 시작했다. 잎도 피기 전, 마른 가지에 피는 분홍색 진달래꽃은 서정적이다.
“바위 고개 핀 꽃 진달래꽃은 / 우리 님이 즐겨 꺾어 주던 꽃 / 님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네 / 님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네.”
일제 치하, 나라를 잃은 서러움이 배어나는 애잔한 노랫말이다.
봄비가 내린다. 이 비가 지나고 나면 지금 한창인 목련꽃도 우수수 떨어지리라. 어렸을 적 시골 동네에는 자목련이 흔했는데, 요즘에는 백목련이 많아졌다. 그래서인지 자목련을 보면 한동안 그 앞에 서 있게 된다.
필자가 사는 전주 근교에는 한 달 전부터 하얀 매화꽃이 피기 시작했다. 이어 노란 산수유가 피고, 개나리와 목련이 거의 동시에 핀다. 마당에는 하얀 수선화도 보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봄꽃들이 쉬는 간격 없이 거의 한꺼번에 피는 현상은 필자의 기억으로는 재작년부터다. 자연이 똑같은 패턴으로 순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느낀다. 도널드 트럼프는 가짜 뉴스라고 하지만, 지구 온난화는 분명히 진행되고 있다.
반세기가 지난 뒤, ‘2026년’을 사람들은 무엇으로 기억할까. 중동 전쟁을 떠올릴 것이다. 유가 급등으로 고생했던 일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우울한 일들만 떠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 ‘1963년’을 떠올리면 사람마다 기억은 다르다. 필자는 전주에서 개최된 제44회 전국체전을 떠올린다. 5·16 군사쿠데타 이후 민정 이양이 이루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박정희 대통령도 개회식에 참석했다. 미국인들은 케네디 대통령 암살을 떠올리고,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링컨 기념관 계단에서 외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을 기억할 것이다.
영국인들은 프로퓨모 스캔들과 함께 비틀즈의 등장을 떠올릴 것이다. 권력과 섹스, 스파이가 얽힌 스캔들로 기존 체제에 환멸을 느끼던 영국인들에게, 리버풀 출신의 젊은이들은 신선하고 역동적인 음악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그들은 미국으로 건너가 베트남 전쟁으로 지친 젊은이들에게 위안과 해방을 주었고, 한 세대의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희망이자 전설이 되었다.
그렇다면 반세기 뒤, ‘2026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사람들은 전쟁의 고통만을 떠올릴까. 며칠 전 광화문 앞에서 펼쳐진 BTS 공연은 또 어떻게 기억될까.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한국의 젊은이들은 이렇게 노래한다.
“그들은 우리를 모른다. 너의 목소리가 바다를 잔잔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푸틴의 전쟁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네타냐후와 트럼프의 갈등은 점점 격화되고 있다. 전쟁이 어디로 번질지 아무도 모른다. 트럼프는 이 수렁에서 벗어나고 싶겠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이란의 집권 세력은 원유 시장을 지렛대로 삼아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트럼프가 ‘졸린 조’라고 조롱했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국제 정치에 밝은 인물이다. 그가 대통령이었다면 졸고 있었을지는 몰라도, 무모한 전쟁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동의 복잡한 갈등 구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투에서 이길 수는 있어도,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 바이든이었다면 이스라엘의 자위적 행동은 인정하되, 그 이상의 무리한 확전은 억제했을 가능성이 크다.
얼마 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아마추어’들을 비판했다. 정부 내 자주파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물론 자주파는 아마추어, 동맹파는 프로라는 단순한 구분은 타당하지 않다. 그러나 같은 잣대를 현재 미국의 외교 정책에 적용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핵 협상 과정에서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를 내세우는 한편, 군사 행동을 병행하는 이중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이란 정권 교체에도 실패했고, 오히려 전쟁 장기화의 위험만 키우고 있다. 이제 와서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는 모습은 전략적 일관성 부족을 보여준다. 이는 누가 보아도 아마추어적인 대응이다.
이제 트럼프는 주변 인물들을 정리하고, 보다 신중한 조언을 구해야 할 것이다. 아니,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1963년, 음유시인 밥 딜런은 전쟁에 대해 이렇게 노래했다.
“그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는가 /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걸 알기까지 / 친구여, 답은 바람 속에 날리고 있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4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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