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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이 곧 중심이다

-2021 후백제 견훤산성, 그 변방의 역사를 찾아서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12월 21일
ⓒ e-전라매일
전주에서 지내온 2021년 한 해 동안 어떤 끌림이 있어서, 우리 역사 가운데 전주에서 일어난 변방의 역사를 찾아 나섰다. 먼저 후백제 견훤에 관해 집중하기로 하고 ‘후백제 견훤산성 한바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 한편으로 ‘동학농민혁명 전적지 역사탐방’을 나섰다. 서울에서 계속 살았다면 생각할 수조차 없었던 프로젝트였다.
전주시는 도시를 ‘천년 고도 전주’로 브랜딩하고 여기에 힘을 쏟고 있지만, 이에 대해 개인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았다. ‘천년 고도 전주’ 콘텐츠를 보면 무엇보다 경기전, 조경묘, 조경단, 오목대, 풍패지관 등 조선 왕조의 뿌리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선비의 고장 전주 한옥마을 마케팅에 열중한다.
하지만 전주가 조선 왕조의 수부(首府)는 아니지 않는가? 더더욱 조선의 도성은 엄연히 한양이다. 전주 아니고도 선비는 전국 팔도 어디에나 있다. 전국 각지에서 나름 선비의 고장이라며 다양한 역사성을 무기로 마케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역사적 지리적 선명성을 부각하고 우위를 점한다는 것은 비용효과 측면에서 어떻게 보면 의미가 없어 보인다.
다른 지방에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전주만의 역사, 히스토리를 찾아야 한다. 어느 모로 보나 그냥 후백제 견훤이다. 그리고 동학농민혁명이다. 두 가지 공통점은 전주가 수부가 되어 우리 역사의 중심 역할을 했다. 곧 히스토리가 전주에서 창조됐던 것이다. 이 두 가지 사건은 우리 역사에 있어서 대반전을 일으켰던 우리 역사의 전환점이 됐다.
지금으로부터 1,100여 년 전(AD 892~936, 45년간) 이 땅에도 천하의 패권을 겨뤘던 걸출한 영웅들의 시대가 있었다. 그 중심에 영웅 견훤이 전주에서 후백제를 건국한 것이다. 후백제 견훤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전주시 주변에 산재한 견훤의 흔적부터 접근했다. 전주혁신도시 가까운 서고산성부터 헤집고 다녔다. 그렇지만 후백제 견훤을 닮은 돌 쪼가리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산책코스 삼아 줄곧 다니면서 서고산성 한바퀴 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지루했다.
남고산성으로 아지트를 옮겼다. 이곳은 조선시대까지 활용했던 산성이라서 제법 눈에 보이는 유물 유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어떻게든 성곽 복원을 완성했다. 복원된 성곽을 따라 ‘산성 한바퀴’를 처음으로 하고 나니 그나마 뿌듯했다. 그렇지만 남고산성은 후백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동고산성을 찾았다. 동고산성은 그동안 발굴조사가 여러 차례 있어서 비교적 접근할 수 있는 자료들은 존재하지만, ‘산성 한바퀴’ 하는 문제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물론 발굴조사를 통해 서문지, 북문지, 동문지, 건물지 등은 알려져 있지만 동고산성은 자연지형을 따라 익성(翼城)이 세 곳 있는데, 익성을 따라갈 수 있는 산행길이 없다. 지금까지 밝혀진 산성도면과 휴대폰 웹(GSP)을 켜서 지리 지형을 더듬어 가면서 남들이 가보지 않은 곳으로 다녔다.
동고산성은 고토성과 함께 학계에서 가장 유력한 견훤산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딱 거기까지다. 이곳은 그동안 수차례 실시한 발굴조사 결과를 알리는 안내판이 전부였다. 안내판마저 없었다면 그냥 동네 뒷산일 뿐이다. 그렇지만 동고산성은 全州城名 막새기와, 초기청자편 등 후백제 시기를 추정할 수 있는 유물이 출토된 곳이어서 후백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뿌듯함을 안겨주는 견훤산성이다.
전주도성 내 견훤산성 한 바퀴를 마칠 무렵 2021년 여름부터 전주 너머를 찾기 시작했다. 익산토성, 미륵산성, 임실 월평리산성, 장수 합미산성, 침령산성, 정읍 고사부리성, 광주 무진고성 등 견훤산성으로 알려진 곳을 찾기 시작했다. 가능한 성곽 한 바퀴를 목표로 길이 있든 없든 갈 수 있는 데까지 돌고 돌았다. 여름철 넝쿨 숲 덤불을 해치고 성돌이 무너져 내린 너덜지대를 통과하면서 한곳 한곳씩 역사탐방을 다녔다. 그리고 그 결과를 정리해 SNS에 올리는 일을 잊지 않았다. 언젠가 역사적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날, 이러한 경험들을 총합해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김가영
前일제강제동원 피해조사 지원위원회 지원심사관/부이사관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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