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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04월 28일
ⓒ e-전라매일
아, 곰팡이가 나타났다. 그것도 푸른곰팡이.
3년 주기로 담는 아파트에서의 장 담그기가 몇 번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는 말날에 손 없는 날까지 찾아가며 완성도 높은 장맛을 내고자 했다. 그래서 방부제 역할과 풍미를 더해준다는 옻나무까지 넣어가며 부산을 떨었는데, 전에 없던 곰팡이가 생긴 것이다. 아마도 간장으로 맛이 몽땅 빠져나갈까 봐 소금물을 적게 부었더니 메주가 표면으로 드러나 대나무로 얼기설기 눌렀음에도 솟구치던 모서리에 잠시 방심한 순간 자리 잡은 모양이다.
해결책을 찾고자 인터넷의 이곳저곳을 들쑤셔도 곰팡이가 나쁜 건 확실한데 그대로 둬라, 긁어내야 한다 의견이 분분했다. 장 가르기를 하기까지는 아직 이십여 일 남았고 그대로 둔다면 한쪽 모서리의 푸른곰팡이가 점차 세를 확장할 건 분명한 일이었다. 긁어내기로 결정하고 나무 주걱과 수저를 들고 뚜껑을 열어 조심스레 떼어내고 소금을 군데군데 얹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맛있어져라’ 하며 그동안 소홀히 했던 곳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지난 3월,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자 내가 겪었던 그 어느 선거 때보다 여론의 밀고 당김이 심하다. 곧 있을 지방 선거까지 더해지니 정책이 나오면 극심한 토론으로 이해득실에 따라 목청을 높인다. 그동안 내가 지지한 후보에게 표를 던지고 그 후보든 아니든 결정된 사람이 이끄는 세상을 살아왔다.
그러면서 꼬박꼬박 기일을 어기지 않고 세금을 내었고, 아들을 군에 보냈고 바뀌는 정책에 따라 일희일비하면서도 대다수의 사람처럼 법과 질서를 지키며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렇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 사회현상엔 무관심을 가장하며 냉소적으로 등 돌렸음을 인정한다. 투표의 앞뒤에만 잠시 주인행세를 했던 건 아닌지 생각해 볼일이다. 집안의 음식 맛을 결정한다는 연례행사도 그 숙성되는 50여 일을 지켜보지 못하고 곰팡이를 끌어들였으니 지연, 학연으로 흔들리던 의지는 어떻게 바로 세울 것인가.
햇살이 좋다. 둥근 장 항아리를 쓰다듬으며 떼어낸 자리에 올려놓은 소금이 녹는 걸 지켜본다. ‘맛있어져라’ 하면서 ‘맛있어질’ 거라는 믿음을 가진다. 지금쯤은 나라의 주인인 우리가 목청 높은 비판보다는 ‘잘되리라’는 신뢰를 소금처럼 얹어두고 지켜보는 파수꾼 노릇을 자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박선애
시인, 전북시인협회 총무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0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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