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10-30 04:33:43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지면보다 빠른 뉴스
전자신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라매일
·17:00
··
·17:00
··
·17:00
··
·17:00
·16:00
··
·16:00
뉴스 > 요일별 특집

[문학칼럼-시인의눈] 오늘 점심은 소풍이야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12월 01일
ⓒ e-전라매일
눈만 감으면 헛것처럼 그리운 얼굴이 아른거린다. 금방이라도 전화를 걸어 “언제 안 올래?” 시도 때도 없이 외롭다 하시던 울 엄마. 아빠 곁에 가셨으니 외롭진 않겠지.
입동을 코앞에 두고 제법 기온이 내려간 늦가을. “햇빛 따시다, 여보 오늘 점심은 소풍이야!” 화단 한쪽에서 아직 자태를 뽐내며 옹기종기 수다 중인 구절초 한 송이 따다 접시 위에 띄워놓고, 쪽파 전 부치고, 입맛 돋우는 고수 한 줌 넣어 무생채랑 다시마 밥, 모두가 늙어가는 우리의 건강 지킴이다. 한창때 열댓 명의 밥상을 일도 없이 차려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 둘이서 마주 앉았다. 입꼬리가 귀에 걸려 “와우!” 얼굴 가득 웃고 있는 모습이 처음 만난 그날처럼 해맑다. 늦둥이로 태어난 막내 덕분에 한 달간의 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터라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이렇게 맛있는 게 많은데 어떻게 빵만 먹고 사느냐고 투덜거리며 여행 중에도 한인식당 맛집을 찾아갔었다. 간장, 고추장, 된장이면 깊고 우아한 맛을 내는 우리 음식이 멋스럽고 자랑스러웠다. 여행 끝날 우리는 프랑스 샤를드골 공항에서 대한항공 직항을 예매하고 줄을 서 있었다. 그런데 끝없이 줄 서 있는 사람들은 거의 외국인이었다. 잘 못 서 있는 건 아닐까 우리를 의심했다. 코로나의 상황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를 찾는 이유가 뭘까 곰곰 생각해보았다. 그 해답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우리 음식의 멋스러움과 맛에 있었다는 걸 고맙고 감사했다. 방송을 통해 김치찌개, 불고기, 된장찌개를 좋아한다며 수다 떠는 외국인들이 친근감 있게 느껴지고 낯설지 않다.
한낮의 가을 햇살이 창을 넘어 식탁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창문 가까이 고개를 들이댄 조각구름이 소풍의 운치를 더해 주었다. 창밖 목련나무 가지에서 재잘대는 참새 떼 들이 우리를 부러워하는 듯하다. “여보 무생채 넣고 밥은 비벼 먹을까?”
꿀 떨어지는 얘기로 우리의 풋사랑을 퍼 올리며 쓱쓱 비볐다. 이 맛이야! 신토불이. 끓일수록 우러나는 깊은 맛, 씹을수록 느껴지는 달달하고 고소한 그 맛은 우리의 삶과 같다. 인생의 가을에 서 있는 우리는 날마다 소풍을 간다.

/성진숙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12월 01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기획특집
정읍, 지원금부터 상권 혁신까지 민생경제 선순환 이끈다  
곰소만의 깊은 맛, 줄포대박젓갈에서 만나다  
제4회 김제 자원순환 새로보미 축제 10월 30일 개막  
장수군 민선9기 출범 100일, 성과를 잇고 군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대한민국 농업수도 과학으로 미래를 심다  
민생부터 첨단산업까지… 김제시, 국가예산 대응 총력  
익산 천만송이 국화가 새롭게 활짝 핍니다  
노을이 무대가 되고, 바다가 축제가 된다  
포토뉴스
전북문화관광재단, 베트남 관광시장 공략 본격화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이 베트남 현지 여행업계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전북 관광상품 개발과 해외 관광객 유치 확대에 나섰다.전북문화관광재단은  
전주국제영화제 화제작 21편, 서울서 다시 만난다
올봄 전주국제영화제를 빛낸 국내외 화제작들이 오는 11월 서울 관객들과 다시 만난다.전주국제영화제(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는 제27회 영 
전주문화재단, 한·중·일 전통종이 교류 ‘삼국지향’ 성료
전주문화재단이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전통종이 청년 장인들이 참여하는 국제교류 행사를 열고 전통 제지기술의 보존과 계승을 위한 협력 기반을 마련 
한국전통문화전당, 특별한 결혼식 무대로 변신
한국전통문화전당이 특별한 결혼식 공간으로 변신해 신랑과 신부의 새로운 출발을 함께했다.지난 24일 한국전통문화전당 실내 공연장에서는 가족과 친 
남원서 해금의 깊은 선율 만난다… ‘산조+더하기Ⅱ’ 공연
해금 특유의 애절한 선율과 전통 악기들의 조화로운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국악 공연이 남원에서 펼쳐진다.국립민속국악원은 오는 11월 7일 오후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228. 501호 / mail: jlmi1400@hanmail.net
발행·편집인: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