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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전라매일 |
| 호숫가를 산책하려다가 불현듯 소박한 여유라도 부리고 싶어 오랜만에 친구의 전화를 받고 나들이 준비를 하였다. 둥근 달을 보니 다가올 명절이 생각이 났다. 며칠 있으면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명절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오늘 밤에 가장 큰달이 떠오를 거라며 이 기회를 놓치면 14년 뒤에나 볼 수 있는 슈퍼 블루문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그 달을 보기 위해 잔디가 펼쳐진 공원으로 갔다. 그곳은 이미 많은 인파로 모두 돗자리를 펼치고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밤이 점점 무르익을 즈음 숲속 사이에 걸쳐진 둥근달이 서서히 떠오르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이었다. 둥근 달을 보니 다가올 명절이 생각이 났다. 며칠 있으면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명절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추석 때가 되면 성묘하러 선산이 있던 바다를 바라보는 산으로 친척들과 함께 성묘 갔던 기억이 난다. 그 가을 하늘은 유난히 푸르렀고 새하얀 뭉게구름이 아름다웠다. 길가의 코스모스는 바람결 따라 몸을 흔들며 성묘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야산 기슭에 나열된 조상 묘 앞에 모든 분에게 절을 해야 했다. 성묘를 할 때면 바닷가 파도 소리는 슬픔을 더하기도 했던 추석날이었다. 올해는 모처럼 연휴가 긴 명절이라서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있겠지만, 외롭게 홀로 지내는 독거 노인들도 많으실 텐데, 이럴 때일수록 나눔의 의미를 되새겨본다면 추석날의 기쁨은 두 배나 되지 않을까.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삶! 얼마나 아름다우랴. 문득 학생 시절에 신석정의 ‘추석’ 시를 외우며 명절을 외롭지 않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시를 읽었던 생각이 난다. 이번 명절에는 그때를 그리워하며 신성적님의 시를 소개하고 싶다. 그 시절은 우리 모두가 어렵고 힘들어도 따뜻한 인정이 넘치는 물줄기 같은 세상이었을 텐데, 그래도 그 옛날 우리네 어머니들은 추석날 고무신도 사고, 군대 간 아들에게 치약도, 수건도, 보내셨다지 아니한가.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이 시를 함께 나누고 싶다. 추석날 마음의 넉넉함으로 풍요로운 명절을 기다려 본다. 추 석 (秋夕) /신 석정
가윗날 앞둔 달이 지치도록 푸른 밤 전선에 우는 벌레 그 소리도 푸르리.
소양강 물 소리며 병정들 얘기 소리 그 속에 네 소리도 역력히 들려오고
추석이 내일모레 고무신도 사야지만 네게도 치약이랑 수건도 보내야지
/이종순
수필가 / 교육학박사 / 전)호원대학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 전)우석대학교 유아교육 석사과정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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