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아들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24년 04월 01일
46세 충수암 한O섭님이 있다. 나이가 40대라는 것, 어머니가 지극 정성으로 간병을 하고 계시는 것을 통하여 눈 여겨 보아왔는데 침상 에서 머리를 감겨달라는 부탁이 있어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가까이 서 보니 날카로웠던 눈빛도 누그러지고 몸도 마음도 가라앉아 차분하 다.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두고 아들이 앞서 먼저 가야하는 것 이 원망스럽고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내 손을 꼭 붙잡고 “선생님, 왜 제가 먼저 가야 해요?”라고 물어오는 데는 할 말이 없다. “아버지 어머니가 계시는데 제가 가야하는 것이 말이 안 되잖아요? 그렇지요?” 발음도 정확하지 않은데 알아듣게 하려고 애써 힘주어 말 을 한다. O섭씨 그래요, 말이 안 되지요. 하나님도 무심하지요. O섭 씨에게 몹쓸 병으로 먼저 가게 하다니, 가는 데에 순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건강하게 살아가다가도 암이나 몹쓸 병을 만나면 어찌할 수 없지요. 그래서 우리는 후회가 없도록 하루하루를 소중하고 감사 한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감사한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하 여야 함을 일러 주었다. 하루를 가치 있고 의미 있게 보내면 가치 있는 나의 하루가 의미 없 는 다른 사람의 일생과도 같다. 병상에서 하루를 살고, 일주일을 보내 고 한 달을 지내면 다른 사람의 30년을 산 것과 같아서 짧게 살아도 후회가 없는 것이 아니냐고 말을 해주었다. 지나간 10년 동안 특별히 기억이 되고 생각나는 것이 있느냐 물으니 사는 일에 바빠 기억되는 것이 없다고 하였다. 덧붙여 하루를 살아도 사랑을 나누며 격려해주 고 서로 감싸 안아 주는 삶을 살면 10년보다 100년보다 진실한 삶이 되지 아니할까라는 말에 수긍을 하였다. 간병하시는 어머니께서 지금 목욕탕엘 가셨는데 돌아오시면 그간 키워주셔 감사하고 못된 아들 간병하시느라 수고하심에 감사의 말을 하여야 한다고 하니 쑥스러워 못하겠다고 한다. 자신은 2남 1녀 가운 데 둘째인데 결혼하여 딸과 아들이 있다 한다. 6년 전 쯤 성격차이로 아내와 이혼을 하였다 한다. 아내가 아들을 데려가고 딸은 자기와 같 이 살고 있는데 자신이 아프고 보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키우는 셈이 라 한다. 딸이 지난 주말 병원에 왔었는데 아빠 손을 잡고 “아빠 얼른 낳아, 이번에는 우리 비행기 타고 제주도에 가게요.” 하더라는 것이었 다. 5년 전 제주도에 갈 때는 승용차를 가지고 가는 바람에 목포에서 배를 타고 갔었다 한다. 이번에는 꼭 비행기로 가자고 하였지만 갈 수 없는 처지에 마음이 미어지도록 아팠다 한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란다. 딸이 중학교 1학년인데 사춘기가 와서 할머니 말도 듣지 않고 때로는 대들기도 하고 제멋대로 하려 한다는 것이다. 성장과정에서 겪는 통과의례와 같은 것이니 속이 상할지라도 너무 걱정하거나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기다려 주는 것이 최선의 방 법이라 일러 주었다. 처음으로 자기 속마음을 드러내 이야기 할 수 있 어 좋다고 하였다. 이제 마음속에 남아 있는 앙금이나 용서할 일이 있 지 않겠느냐 하니 모두 정리가 되었다 한다. 아들을 데리고 간 아내도 미워하지 않는다 하면서 그간 자기와 살면서 마음고생을 많이 하였 었는데 아내가 이제라도 편안히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목욕탕에서 어머니가 돌아오시니 “어머니! 미안해, 미안해요” 하는 것이었다. 어머니를 두고 먼저 가는 것이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것이 다. 아들을 앞세워 보내야 하는 어머니 마음은 아들의 아픔보다 훨씬 더 클 것인데…, 어머니는 “괜찮아, 괜찮아” 하시며 애써 나오는 눈물 을 참으신다. O섭씨는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거의 다 쓴 것 같다며 일주일, 이주일? 남은 시간을 물어왔다. 본인이 안다는 말이 있는데, 아마도 그쯤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 하실 수 있다면, 이 아들과 어머니에게 고통스러운 병상생활이지만 모자간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여 주소서. 이들에게 한 계절의 시간이라도 주 셔 못다 한, 표현하지 못한 정들을 나누게 하여 주소서, 예수님 이름 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김영진 시인 |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24년 04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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