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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생성과 소멸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4년 08월 20일
한여름 더위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 연이어 폭염특보가 발령되고 한낮에 밖에 나가면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마치 세상이 한증막 속에 갇힌 것 같다. 이렇게 무더운데도 지난 7일이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立秋)였다. 그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듯한 절기인 입추, 하지만 폭염 기세는 여전하다.
여름은 인생의 젊음이자 활기찬 에너지와 생명력이다. 여름은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마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강렬한 햇빛이다. 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영양분은 이산화탄소, 물, 햇빛, 에너지이다. 한 해 농사의 성패는 여름 햇볕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태양이 없다면 지구는 암흑천지로 변할 것이고 모든 생명체는 살아갈 수 없다. 우리는 곡식을 여물게 하고, 과일의 당도를 높이는 햇빛에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
그러나 강렬한 햇빛도 잠시, 매미의 울음이 여름을 뜨겁게 달구어도 그 울음소리는 곧 쇠약 해지고 매미의 수명도 다하게 된다. 이렇듯 모든 생명은 예외 없이 변하고 시들고 종국에는 시간에게 잡혀 죽고 소멸한다. 지상의 모든 식물과 동물, 해와 달과 별 등 천체의 운행과 우주도 영원하지 않다. 시간은 과거로부터 미래로 흘러가고 시간은 언제나 정지하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간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속담이 있다. 흐르는 세월 앞에서 그 누구도 기세등등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세월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몸 이곳저곳이 고장이 난다. 노화는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자연현상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생에 집착하고 오래 살려고 바둥거린다. 병원에 가봐라. 나이 90이 된 노인도 몸이 아프니 진료를 받고 약을 타려고 대기하고 있다.
시간(時間)이란 무엇일까? ‘시간이란 무엇인가’를 물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인간은 시간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가’이다. 다만 시간은 시각과 시각 사이의 간격 또는 그 단위를 일컫는 말이다. 빅뱅 우주론에 따르면 현재 우주에서 흐른 시간은 약 138억 년이다. 시간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는 것은 고대부터 철학자와 과학자들의 주된 관심사이다. 시간은 종교, 철학, 과학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연구 주제로 되어왔으나 시간의 의미에 대한 여러 갈래의 폭넓은 시각이 존재하기에 논쟁의 여지가 없는 명확한 시간의 정의를 제공하는 것은 어렵다.
시간이란 언제 시작돼서 언제 끝나는지 아무도 모른다. 시간이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그래서 무시무종(無始無終)이라는 철학적 용어가 생겨났다. 이는 시간과 공간을 보는 불교적 관점이다.
시간은 우리의 삶을 빚는 프로세스다. 젊었을 때는 마음만 먹는다면 뭐든지 다 이룰 수 있는 정열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자 시간은 유한자원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모든 생멸(生滅)의 과정은 철저하게 시간 속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침이 되면 태양이 떠오르고 하늘 위로 태양이 이동하여 해가 지면 밤이 되고, 다음 날 아침 다시 태양이 떠오르는 주기를 우리는 ‘하루’라고 정하고 하루를 24시간으로 묶어놨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현재·과거·미래는 같은 시공간에 퍼져 있고, 그것이 산재되어 있는 상태라서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지난 시간을 과거라고 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며, 시공간은 블록 우주론의 법칙에 따라 현재·과거·미래가 동시에 내포되어 있는데, 이 현상을 “시공간의 일시적 산재”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느 특정 시간, 즉 현재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도, 현재의 사건과 공간도, 미래의 일들도 모두 ‘현재’에 존재하고 있다. 말하자면 과거 현재 미래가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세월이 너무 빠르다. 입추가 지났으니 얼마 후면 뜰 앞 오동나무는 가을 소리를 낼 것이다.
젊었을 때는 세월이 무척 긴 것처럼 느껴졌으나 나이를 먹고 보니 광음여류(光陰如流)다. 참으로 장자가 말한 ‘백구과극(白駒過隙)’의 세월이 실감 난다. ‘흰 망아지가 달려가는 순간을 문틈으로 보듯’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간다.
그래도 인간은 편리를 위해 시간을 만들어 쓰고 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오직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 한시도 멈추지 않는 시간, 우리 모두 좋은 세상과 좋은 삶을 만들어가는데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4년 0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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