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도도 <배귀선 시인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4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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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끊어질 듯 이어진 길을 따라나선다. 사람들의 가쁜 숨으로 다져진 산길. 고만고만한 돌에서 사는 이끼들의 이야기 가 푸르디푸르고, 두런두런 좁은 산책로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 야기에서 살아 있음이 느껴진다. 신을 만나면 신이 되고 자연을 만나면 자연이 되는 것처럼 삶의 모양은 어쩌면 오늘 같은 만남 에도 있는 것 같다. 자연은 순수와 깨끗함의 상징이다. 깨끗하다는 것은 아무 욕 심이 없다는 것이고, 욕심이 없다는 것은 깨달았다는 말이며, 깨 달으면 부처가 아닐까. ‘석가성불 산천초목 동시성불’이라는 말이 있다. 석가모니께서 부처가 되고 보니 산천초목이 이미 부처 더라는 말인데, 우주에 부처 아닌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석 가는 자신을 미성불未成佛, 우주 만물을 기성불旣成佛이라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선조들은 돌이나 나무에게도 절을 하고 산에 오르면 사뭇 경건해지기까지 한 것 같다. 그 피를 이어받아 서일까. 나도 삶이 힘들어질 때면 본능처럼 자연을 찾는다. 내변산 깊은 곳. 사성팔현四聖八賢이 출현하리라는 예언이 깃 들어 있는 월명암 굽이굽이에 마음을 내려놓는다. 날숨에 쌓아 온 아집을 버리고 들숨에 무심을 들이는 걸음 내디디며 푸른 숲 에 더 깊이 몸과 마음을 담근다. 초여름인데도 변산은 이미 짙 푸르게 우거지고, 넉넉하게 펼쳐진 능선은 산을 찾는 사람들에 게 목가적 시심을 한껏 풀어놓고 있는 듯하다. 잠시, 산 아래를 내려다본다. 차곡차곡 쌓이는 구름 아래 지 평선 꿈틀거리고, 개 짖는 소리가 고단한 농부의 허리를 펴게 하 는 들녘.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랑밭 끄트머리 아담한 마을 이 손에 잡힐 듯하다. 지척에선 새들이 여름을 물어다 숲을 푸 르게 색칠하고, 낯선 걸음에 낮잠에서 깨어나는 산초나무는 기 지개를 켜듯 가지가 하늘에 닿을 듯하다. 지척의 생강나무는 관 음의 미소를 짓고 너럭바위 옆 작은 야생초는 누구의 발길에 밟혔는지 허리가 부러졌는데도 항변이 없다. 숨을 고르며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잡초는 잡초대로 꽃은 꽃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그냥 산다. 서로를 비방하거나 부러워하지도 않으며 산다. 이유 없는 그냥 의 삶. 이름을 불러주는 이 없어도 존재 그 자체로 족하고 주어 지는 빛과 물에 적응하며 초록으로 산다. 녹음에 지친 것인지 하늘이 점점 낮아지더니 비가 내린다. 비 를 통하여 무슨 설법을 하시려는가. 후줄근히 젖은 발길 멈추고 녹음에 부딪는 빗소리에 귀 기울인다. 토도독 토도독, 도도도道 道道 1,300여 년 전. 변산반도 구중의 파도 너머에 월명암을 봉헌 했던 부설거사의 숨결이 법어가 되어 내리는 것 같다. 도부재치소道不在緇素요. / 도부재화야道不在華野라. 제불방편諸不方便이, / 지재이생志在利生이다. ‘도란 승려의 검은 옷과 속인의 흰옷에 있지 아니하며 도는 번화로운 거리나 조용한 초야에 있는 것도 아니다. 부처의 뜻은 모든 중생을 이롭게 제도하는 데 있다’는 말이 빗방울처럼 굵어 진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4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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