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큰 방 - 안애정
하루에 한 번 혼자 켜졌다 꺼지는 텔레비전 원적외선온열치료기 공기압력맛사지기가 방을 지킨다 낡은 성경책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던 새벽 1시 그날 이후 새집을 증명했던 흰 벽의 귀가 밤마다 통증을 호소 한다
사라지는 온기 붙잡기 위해 보일러를 틀고 커튼을 열어 햇빛을 들이지만 절망한 희망은 침대 위 베개에 머리를 묻고 일어나지 않는다
방향 잃은 왼쪽 입을 비추었던 거울은 전깃줄 위 멧비둘기를 외면하고 힘없는 어깨와 다리가 들어갔던 목 넓은 스웨터, 고무줄 바지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발자국과 함께 내딛던 지팡이가 나무로 돌아가는 꿈 꾸는 날이 많아지면 먼지 뒤집어쓴 하얀 실내화 얼룩에 자꾸 눈이 간다
매일 밤 전화선을 타고 효인재활요양병원에서 도망 온 백 마리 羊들이 풀을 뜯는 이곳 지금 고요 속에 엄마가 산다
<시작 노트> 뇌경색으로 쓰러져 몸이 불편한 친정엄마를 모시고 있는데, 잠깐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느꼈던 방의 고요함을 표현했다. 함께 있던 사람의 난 자리는 생각보다 매우 컸다.
약력> 충주 문향회 회장. 충북시인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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