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자전적 에세이>교룡산성32. 아버지·1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4년 11월 04일
지명(知命)이 다 되어서야 불러 본 그 이름, 아버지- 그것도 아버지가 잠들어 있는 내 고향 남원 그곳도 아닌 우리 어머니와 아내가 눈 빠지게 나를 기다리고 있을 전주, 그렇다고 내 자식들이 공부하고 있는 서울도 아닌 먼 이국 이곳 미국의 U.C. 버클리대학에 와서 검둥이 흰둥이 노랭이 빨강이 세계의 인종들이 각기 모여든 국제인종 전시장 틈에 끼어 이리저리 눈치 보며 덩달아 바쁘게 하루 하루를 무사히 마치고 어느 날 좀 일찍이 알바니(Albany) 동산 게이트비유(Gate View) 11층 텅빈 내 아파트 1133호에 올라와 눈부신 태평양 그 햇살 쏟아진 베란다 창 밖 사이로 멀리 골든게이트 브리지(Ggolden Gate Bridge)를 무심히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그만 솟구쳐 불러본
아버지- 50년 간 묻혀 있던 그래서 / 그 이름조차 잊혀 / 한번도 / 불러볼 수 없었던 반 백 년의 세월이 / 오늘 이 자리에서 왜 뜨겁게 / 내 가슴 벽을 치고 일어서는 것일까? / 당신의 못 다한 삶이 /가만 가만 이 몸 따라 / 여기까지 나 못 잊어 오셨음인가? / 당신의 그 큰 설움 / 벗지 못해 / 내게 전해주려 태평양 너머 여기까지 / 내 뒤 따라 오셨음인가?
‘이제 내 맘 알 것제’ / ‘이제 나 돌아가도 되것제’
청춘이 빠져나가 이제 / 더 이상 갈 곳 없는 화려한 이 이역에서 / 아직 문 밖에 나를 세워 놓고 / 어쩌자고 내 반 백년의 세월을 / 한데 묶어 놓고 / 아버지가 이제사 말씀을 주시는가?
흰 무명 도포자락 펄럭인다 / 세 살 적 내 어린 기억 속에 숨어 있던 / 꿈결같은 아버지의 / 서늘한 도포자락이 / 내 어깨를 감싼다/ ‘내 자식 장하다’ / ‘암, 그래야지, 사내는 줏대가 있어야 되는 법이여!/ / 그 순간 / 태평양은 놀란 듯이 출렁이고 / 햇살은 직각으로 내리 꽃히는데 / 어쩌자고 아버지가 이제사 나를 / 이 자리에 불러 놓고 / 무슨 못 다한 말씀 있어 오셨다 / 또 어디로 가시려고 하는가?
내 서너 살 적 아버지가 / 교룡산을 오르신다/ 싸리 고개를 지나 / 한 우물고개를 넘어 / 마당재 붉은 노을 속으로 / 때죽나무 주렁을 들고 밤마다 교룡산을 오르신다 / 어둠 헤쳐 달 기울고 새벽이슬 / 온 몸 젖어 내릴 때까지 / 가부좌로 정갈하게 자리 잡고 / 맑은 산 기운 밤새 불러 모아
천지신명께 간구하여 비손하노니 / ‘교룡산, 풍악산, 지리산 신령님이시여’ / 누대에 걸친 우리 집안의 소망 /‘조상 모실 명당 하나 굽어 살펴 / 내려 주옵소서 / 이렇게- // 아래채 사랑에 김 지관(地官) / 황 풍수(風水), 이름 난 어른들 모셔 놓고 / 증조부, 조부, 아버지 3대에 걸쳐 / 전가지성(傳家至誠)으로 / 구산(求山) 지성(至誠) 드렸나니 -졸시 「아버지」 일부, 1996년, 샌프란시스코 U.C 버클리에서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4년 11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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