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당신의 미소는 나비처럼(1부) 김숙 전)중등학교교장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4년 11월 04일
비디오 예술가 백남준 작품 제목 중에 「달은 가장 오래된 TV」가 있다. 시인이자 영화감독인 백학기는 세상에서 이렇게 멋진 은유의 제목을 본 적이 없다라고 감탄했다. 그것은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에 달을 TV처럼 바라보며 “이미지를 투영하고 이야기를 상상했던 모습을 텔레비전 시청에 빗댄 것”이다. 백 감독의 시나리오 특강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동기 삼아 영화 「일 포스티노Il Postino, (1994, 이탈리아)」를 소개했다. 산책길에서 패랭이꽃밭 위로 희고 노란 나비 떼가 번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날 그 메타포Metaphor 현장이 떠올랐다. “당신의 미소는 나비처럼 날개를 펼치는군요.” 조금은 어눌하고 순박한 청년 마리오의 일생일대 프러포즈 메시지다. 그는 이탈리아 칼라 디 소토라는 외딴섬에서 고기잡이 부친과 살고 있었다. 영화는 이 섬에서 시작되는데 마리오는 부친처럼 어부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단꿈이 깨기도 전에 새벽부터 일을 시작하는 것이 싫었다. 어느 날 이 섬에 칠레 정부에서 추방당한 민중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망명해 온다. 그가 섬에 머물게 되자 팬들로부터 우편물이 답지했고 우체국은 “자전거를 가진 우체부를 고용한다.”라는 광고를 냈다. 지나가다 광고를 본 마리오가 채용을 희망한다. 마침내 어부의 아들은 저명인사 전속 집배원이 되어 바닷가 가파른 언덕을 자전거로 달린다. 그 모습이 힘겨워 보이기도 하지만 경쾌하게도 느껴진다. 하모니카와 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는 주제 음악 효과일 수도 있다. 집배원이 벅찬 페달링 끝에 다다른 목적지에는 도피 중인 네루다 부부가 “내 사랑”이라고 호칭하며 다정하게 살고 있다. 배달부는 네루다의 시 세계를 동경한다. 시인이 여성 팬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걸 알고 자신도 시를 쓰고 싶다며 도움을 청한다. 마을의 처녀 베아트리체에게 낭만적인 시로 사랑을 고백하고 싶어서였다. 네루다는 마리오에게 온 세상 즉 바다, 하늘, 비, 구름, 기타 등등이 다른 뭔가의 은유라고 들려준다. 그러면서 “시詩는 메타포다.”라고 일깨워 준다. 청년이 무엇을 소재로 쓰냐고 질문하자 모든 사물과 풍경이 소재고 주제가 될 수 있음도 말한다. 시인은 일상 언어로 보면 하나도 새롭지 않다. 이 포구의 아름다운 것 10가지를 생각해 보라고 한다. 순박한 청년은 파도 소리, 교회 종소리, 저녁 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관찰한다. 또 네루다가 시를 낭송할 때 단어가 바다처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고 뱃멀미가 나는 것 같다고 말하자 시인은 그것이 운율이라고 짚어 준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의 의지가 있으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고도 조언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리오는 “전 사랑에 빠졌어요.”라고 설렌다. 시인이 잘됐다면서 치료 약도 있다고 하자 청년은 “아니요, 치료 약은 안 돼요. 낫고 싶지 않으니까요. 계속 아프고 싶어요.”라고 한다. 그렇게 아프다가 드디어 “당신의 미소는 나비처럼 날개를 펼친다.”라는 메시지로 베아트리체에게 구애하고 혼인에 성공한다. 그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갈고 닦았던 시인의 메타포를 심지어 주방에서 일하며 식품에까지 첨가한다. 양파는 동그란 물장미, 마늘은 아름다운 상아라고 한다. 토마토는 붉은 창자라거나 상쾌한 태양으로 비유한다. 사과는 오로라에 물들어 활짝 피어오른 순수한 뺨이라거나 소금은 바다의 수정, 파도의 망각이라고. 시인의 영향을 받은 마리오는 차츰 자신의 시어들을 발견해 가며 성장한다. 자기만의 시 세계를 구축하게 되고 그야말로 집배원이 네루다를 만나 시인이 된다. 추방령이 풀린 네루다는 고국으로 돌아간다. 시간이 흐른 후 마리오에게 섬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으니 녹음해서 보내 달라고 소식을 전한다. 마리오는 파도 소리, 풀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 성당의 종소리 등을 시인이 두고 간 소니 녹음기에 담아 보낸다. 떠나면서 마리오를 보러 오겠다고 약속했던 네루다는 바쁜 일정으로 몇 년이 흘러서야 섬을 방문한다. 영화의 메인 플롯은 주연급인 필리프 루아레(파블로 네루다)와 네루다의 시가 이끈다. 서브 플롯은 조연급인 마시모 트로이시(마리오 루오폴로)와 마리아 그라치아 쿠치노타(베아트리체 루소)의 사랑 이야기로 채운다. 그런데 보기에 따라서 이 영화의 주인공은 마리오로 느껴지기도 한다. 척박한 어촌에서 살던 어리숙한 청년이 스승의 영향으로 가정을 이루고 시인이 된다. 세상을 보는 안목을 틔우고 정체성이 뚜렷한 한 인간상으로 우뚝 서는 과정이 주인공으로 다름 아니다. 감독은 마이클 래드포드였고 음악감독은 루이스 바깔로프였는데 특히 음악은 봄 바다에서 조약돌 해변으로 몰려오는 파도 소리처럼 청량하고 서정적이다. 그런가 하면 “음악은 바람 부는 날 창가의 커튼처럼 영화를 더욱 부드럽고 세밀하게 어루만진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영화 음악 역시 그런 느낌으로 공감되었다. 어떻게 보면 영화의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등장인물이 제한적이고 주로 외딴섬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진행된다. 물론 무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리따운 여인 베아트리체 루소(마리아 그라치아 쿠치노타)와 마틸다(안나 보나이우토)가 매혹적이거나 매력적인 건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구성이 단조롭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시종 문학과 영화가 어떻게 조응하는가를 일깨웠던 점, 이곳저곳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메타포가 이 영화의 감동 포인트였다. 네루다는 그 메타포를 마리오가 터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늘이 운다면 그게 무슨 뜻이지?” “비가 오는 거죠.” “맞았어, 그게 은유야.” 그러면서 시는 설명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고 그 감정을 직접 경험하는 게 좋다고 말해 준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4년 11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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