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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항의 오후 - 강명수
한 남자가 털썩 주저앉아 있습니다 품 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을 그냥 그대로 끌어안아 줍니다 모래톱을 베고 한때 고속도로를 달렸던 폐타이어가 누워 있습니다 일회용으로 버려진 페트병 고함치며 뒹구는 소주병도 있습니다 달아난 여자의 신발처럼 암벽 위 노란 장다리꽃 미끄러지듯 암벽을 붙잡고 있습니다 수평선을 누르는 불구슬이 물비늘 위에 묽게 풀리고 있습니다 비린내 머금은 바람이 오후 여섯 시를 건너가고 있습니다 하늘이 고단한 하루를 내려놓으려 검은 장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모두 발가벗었습니다 그 속에서 화려한 백수 김씨는 지워지는 수평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습니다
약력 전북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제133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시집 『법성포 블루스』(2022) 김삼의당 시·서·화 공모대전 대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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