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자전적 에세이>교룡산성36. 실리콘 밸리 아리랑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4년 12월 02일
격려사 미국 산호세에 살고 있는 박은주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실리콘밸리에 거주하는 재미한인교포들이 문집을 발간하려고 하니 책이 잘 나올 수 있도록 힘을 좀 써 달라는 부탁이었다. 박은주씨는 필자가 1996년 U.C.Berkeley에 가 있을 때 산호세 ‘길벗 문학회’에서 만났던 분으로 남달리 열심히 그리고 나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분으로 문학적 열정이 대단한 분이었다. 보내주신 원고를 받고 보니 50여 명에 가까운 필진에 작품 수준들도 대단하고 원고량도 꽤 되었다. 대부눈 이민 1세들로 전문 작가나 문학을 전공한 문학도들도 아니었다. 다만 역사와 문화가 다른, 더구나 언어조차 잘 소통되지 않는 낯 설은 이국에서 생존을 위해 열심히 그러면서도 한결같이 아름답게 살아온 분들이었다. 그런 분들이 어느새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면서 가물거리는 옛 추억을 되살려 잊혀져 가는 모국어로 그들의 파란만장했던 삶의 궤적들을 때로는 눈물을 훔치면서 때로는 아련한 추억에 가슴을 저리면서 한 자 한 자 어렵사리 원고지에 모아 엮어낸 것이 바로 이 수상집 『실리콘밸리의 아리랑』이다.
이 책에는 결코 그대로 접어둘 수 없는 재미 한인교포들의 영혼들이 아로새겨져 있다. 그러기에 단순히 흥미 삼아 한 번 읽고 말 그런 가벼운 책이 아니다. 한 세기를 어렵고 힘들게 살아 왔던 또 다른 우리 한민족들이 겪은 눈물의 이민사요, 뜨거운 삶의 족적 그 자체들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갖은 역경을 헤치고 자랑스런 오늘이 있게 한 그 분들의 삶의 지혜와 소망이 그대로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러기에 이 책은 가문의 족보처럼 오래토록 우리 곁에 간직하면서 종종 이 분들의 말씀에 귀 기우려야 할 가치 있는 한민족의 문화유산이라고 본다. 이 분들이 뜨겁게 살아 왔던 삶의 흔적들은 저 20세기와 더불어 태평양 너머로 사라졌지만 이 분들의 아름다운 영혼과 절절한 소망의 숨소리는 이 책 속에 고스란히 살아 우리들을 언제나 감동케 할 것이다. -2000년 5월 전주 기린봉 아래서 김동수 -김동수, ‘격려사’, 『실리코밸리 아리랑』,(신아출판사, 2000), pp.12~13
걸음마 박은주(실리콘밸리)
응아! / 그 당찬 아기의 울음소리 / 어언 그렇게 열두 달 // 엎어지고 넘어지며 콧등 깨지며 / 토실토실 보송보송 하양 종아리에 / 새순처럼 솟아오르는 힘살 // 척박한 땅에 / 모질고 질기게 뿌리내려 방울 맺는 / 햇살처럼 눈부신 하얀 찔레꽃이어라 거기 가도 가도 끝없는 황톳길 / 그 길에 너와 나 / 그렇게 시린 영혼을 달래며 // 순백의 종이 위에 / 차라리 먹물로 빨갛게 빨갛게 / 햇빛으로 타오르는 정열을 쏟아 부으리라 거기 외로움도 슬픔도 / 지나온 뒤안길에 접어 두고 // 여명의 내일을 약속하며 줄기줄기 파랗게 물 오른 / 한 그루 크나큰 느티나무로 너 버티어라 // 당찬 우리들의 걸음마 -박은주, 「걸음마」, 『실리콘밸리』, (신아출판사, 2000) p.5
길벗’ 동인 모임에서 문학 특강 김동수 교수(백제예술대, 버클리대학 객원교수)는 6월 23일 좋은 글은 아름다움만 갖추어서는 안 되며 진실(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날 길벗 모임의 초청으로 소설가 신예선씨 댁에서 매월 2회씩 열린 특강에서 문학을 좋은 음식에 비유하면서 사상과 정신, 주제 진실함을 담은 내용은 음식의 영양소에 해당하고, 표현 방식, 수사적 기교, 문체, 구조 등은 형식, 곧 음식의 맛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또 문학이란 무엇인가 진실을 말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한(恨) 등 절박함에서 출발해야 감동을 주게 된다며 이의 예로 일제강점기 징용으로 끌려 간 광부들이 탄광 벽에 새겨놓은 절규(엄마 보고 싶어!, 배고파 죽겠어! 등)와 캄보디아 난민들의 보트피플들이 익사 직전 보트 난간에 새겨놓은 글들을 그 예로 들었다. 이어 ‘문학의 최대 명제는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그 무엇보다도 우선에 두고 이를 옹호하고 펼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런 반면 문학의 최대의 적은 ‘반인간적 행위’라면서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값진 일’이라고 말했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4년 12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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