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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시인 신춘문예 시는 세상을 새롭게 보는 안목의 깊이와 독창적인 문체 그리고 역경 속에서도 그것을 창조적 사유의 세계로 견인해 가려는 치열성이 아름답게엮어져 있어야 된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네 분의 시를 최종심에 올렸다.
문현순의 「이생규장전」은 죽음을 초월한 남녀 간의 애절한 사랑을 다룬 김시습의 한문소설을 소재로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모래알처럼 빠져 나가는’ 환상의 경계에서 ‘너를 기다리는’는 화자의 절절한 심정에 공감된 바 있으나 전반적으로 평이한 점이 아쉬웠다.
우병기는 「조약돌3」에서 ‘너를 ~ 이렇게 가꾸어 준 것은/ 햇빛과 달빛, 비바람과 물결’이라며 존재의 본질을 향한 인식의 깊이가 남달랐으나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의식이 좀더 요구되었다.
끝까지 조온현과 배은율의 시를 놓고 고민하였다. 조온현의 「신계(神界)로 가는 길」은 죽음에 대한 새로운 사유, 곧 ‘신계로 가는 길은 걸어 갈 수 없어 육신을 태워 하늘로 보낸다’는 아포리즘과 화장(火葬)을 또 다른 윤회의 성소로 표현한 대목이 인상적이었으나 몇 군데 산문적 서술이 끝내 마음에 걸렸다.
이에 비해 배은율의 「흙의 상소문」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미시의 세계, 이는 불교의 공즉색의 세계와 양자역학의 입자와 파동 그리고 질량·에네지 등가법칙과도 동맥을 이루면서 우주적 비의를 새롭게 읽어내고 있었다. ‘흙이 상소문을 올리는 ~허공에는 수많은 소문이 살고 있다’는 경이로운 표현이 그것으로 우리들의 정신세계를 한층 드높여 주고 있어 당선작으로 뽑았다. (이언 김동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