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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미국대통령 취임으로 트럼프2.0 시대가 시작되었다. 취임사에서 그리고 취임 전후로 그가 내뱉은 말들은 그동안 해오던 말들이라 별로 놀랄 것은 없다. 그는 국제적으로 미국의 이익 지키기를 천명하고, 국내적으로는 자신을 지지한 국민 절반이 원하는 바를 밀고 나가겠다는 투지를 분명히했다.
강한 말을 실제 강한 행동으로 옮긴 것 하나는 불법이민을 국경에서 막는 조치들이다. 힘없는 사람들을 힘으로 밀어붙이는 일은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조치는 미국 국회의사당 난입사태 가담자들을 사면했다. 이는 지지자들을 격려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미국의 국내정치를 더 분열시킬 것이다. 안보와 국제전략에 관련한 문제들은 상대방이 있는 게임이라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취임 첫날 의미 있는 언급을 피했다. 트럼프가 자기가 취임하면 바로 끝낼 수 있다고 큰소리쳤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는 내심 여기서 일단 멈추었으면 하겠지만 탐욕 때문에 일단 차지한 것을 한치도 내어 줄 수가 없어서 우크라이나가 양보하길 기대하며 버티려고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우크라이나가 계속 버티어주길 더 원하는 당사자는 미국보다 서유럽국가들이기 때문에 그들은 지원을 계속할 것이다. 서유럽국가들로서는 우크라이나에서 막지 못하면 본인들의 안보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에, 교착상태로라도 전쟁을 더 끌어서 러시아의 공격 자원을 더 소진시켜 러시아의 힘을 빼는 게 전략적으로 이득이다.
유럽 경제가 어렵기는 하지만 안보가 우선이니 서유럽 국가들은 국방비를 늘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로서는 일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런 비즈니스적인 사고가 장기적으로 동맹을 약화시켜 미국에도 부담이 될 날이 올 것이다.
중동의 분쟁도 트럼프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가자분쟁이 일단 휴전에 들어가기는 했으나 중동에 평화가 찾아온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하마스 지휘부 제거와레바논 헤즈볼라에 대한 효과적인 공격,그리고 시리아 아사드정권붕괴로, 이란과 그 위성세력들은 꼬리를 두 다리 사이에 넣고 후퇴하고 있는 형국이기는 하지만, 이들은 평화를 희구하기보다 권토중래하기 위해 와신상담하고 있을 뿐이다.
트럼프로서는 중동에 계속 군사자원을 소모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더 늘려야 되는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다. 이래저래 중동은 잠시 소강상태로 들어가겠지만 평화의 길은 아직 멀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경제에 대한 의미있는 언급도 피했다. 그는 망해가는 미국경제를 자신이 되살린다는 수사를 구사하고 있으나, 실제로 미국경제는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할 만큼 좋은 편이다. 트럼프는 미국경제를 살리는 가장 좋은 전략이 관세를 높이는 것이라고 목청을 돋우고 있지만, 이는 머지않아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될 것이다. 중국의 전기차처럼 국가보조금으로 개발되고 생산된 저렴한 제품에 대한 일시적인 관세는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관세를 높여 세계 교역을 위축시키고 미국 국내물가를 올리는 정책은 어리석다.
또 하나의 트럼프표 경제정책은 미국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자원을 퍼내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줄이는 효과는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 선진국인 미국이 새로운 에너지를 찾기보다 기후문제를 유발하는 화석연료를 퍼내는 쪽으로 가는 게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트럼프는 미국민 절반을 움직인 성공적인 선동가이지만, 대다수 지구 주민들이 기대하는 미국 지도자는 아니다.
트럼프2.0시대가 무난히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