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숙
전)중등학교 교장
최근 화제에 오른 「오겜」은 황동혁 감독이 직접 극본을 쓰고 연출하였다. 456명의 게이머가 1인당 목숨값으로 1억 원씩을 걸고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호러 드라마였다. 그 진행이 배틀로얄 식이어서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패자는 곧바로 죽음에 내몰려 섬뜩한 공포감을 주었다.
게임에 뛰어든 사람은 경제적으로 가난하거나 많은 빚을 진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그들은 결핍을 채우고자 필사적으로 게임에 임했는데 패자는 바로 죽임을 당했다. 결국 최후에 살아남는 1명이 456억 원을 차지하는 승자독식 게임이었다. 캐릭터 중에는 억만장자 VIP가 있는데 게임을 관망하며 참가자들이 비인간적이고 가혹한 방식으로 죽어 나가는 걸 즐겼다. 이들은 현실 세계의 권력자거나 상위 0.1%의 재력가들을 상징했다.
얄궂게도 이 극한의 공포 드라마는 5, 60대 이상 세대의 어린 시절 추억 놀이를 끌어왔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와 딱지치기, 줄다리기와 오징어 게임이 보는 동안 묘하게 감정을 움직였다. 마음 무겁고 불편한 장면이 적지 않아 채널을 돌리고 싶은데 유년 시절의 아련한 추억과 맞물려 돌릴 수 없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게임이나 캐릭터, 의상과 소품들이 순식간에 전 세계로 번져 나갔다. 첫 게임에 등장하는 술래 인형 영희가 필리핀의 대형 쇼핑몰에 등장했는가 하면 호주 시드니, 한국의 올림픽 공원 등에 설치되었다. 시민들은 놀이를 따라 하거나 대형 인형이랑 찍은 인증 사진을 SNS에 자랑삼아 올렸다. 즉석 설탕 과자 달고나를 만드는 기구, 완제품은 수출길에도 올랐다. 캐릭터들의 티셔츠, 운동복, VIP의 네모, 세모, 동그라미 도형이 그려진 가면은 핼러윈과 맞물려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정보력 빠른 아마존 쇼핑몰은 핼러윈 데이를 겨냥하여 초록색 운동복, 티셔츠, 가면 등을 제작 판매하였는데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했다. 심지어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이 다방면의 성공을 축하라도 하듯 초록색 운동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오겜」이 미국의 톱10 콘텐츠 부문에서 한국 작품 처음으로 1위에 오른 걸 기념이라도 하듯이. 혹자는 그가 456번 성기훈(이정재 분)에 이어 457번 끝판왕으로 등판했다고 하였다. 이런 일련의 현상은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닌 원 소스 멀티 유즈-K의 현실이 되었다.
다만 원 소스 멀티 유즈는 한 개의 콘텐츠에서 비롯한 것으로 부작용도 따른다. 수익 구조에 대한 분쟁, 저작권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다. 한류를 확장해 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오징어게임」 같은 현실에서 457번 끝판왕이 넷플릭스일 수 있다는 우려를 흘려들어서는 안 되겠다. 그런 문제를 진단하고 잘 처리하여 우리의 권리를 제대로 찾을 수 있을 때 대한민국의 문화콘텐츠는 바르게 성장할 수 있고 바람직한 원 소스 멀티 유즈 현상도 기대할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