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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밥상보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3월 10일
정상수
시인

밥상보는 밥그릇과 반찬그릇을 덮어두는 보자기다. 지방에 따라서는 상보 또는 밥보자기라고도 하며 여름용과 겨울용이 있다. 여름용은 통풍이 잘 되도록 천이나 모시풀에서 뽑은 실로 짠 피륙인 모시로 만들고, 겨울용은 두꺼운 천으로 겹보로 하거나 솜을 두어 보온이 되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꼭지를 붙여 밥상을 덮어 파리나 먼지 등을 막았다. 그런가 하면 천 조각을 이어서 만든 조각보가 있다. 특히 밥상보 중에는 보자기의 네 귀에 끈을 매달아 밥상을 옮길 때 편리하도록 만든 것도 있다.
 
‘밥상보-床褓’를 한자로 ‘보褓’라고 쓴다. 이때 보褓를 복襆이라고도 하는데 행복이라 할 때의 ‘복福’ 자와 음이 같아 조상들은 밥상보로 밥과 반찬을 덮어 두는 것을 ‘복福이 달아나지 않도록 잘 덮어 두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원래 밥상보는 한쪽 면에 기름종이를 대고 다른 쪽에 천을 대어 박아 만들어 밥상 위를 덮는 겹보자기로 ‘합보合褓’라고 한다.

밥상보는 우리나라 고유 생활용품으로 주로 천으로 제작된 것이 많다. 밥상을 덮는 식지보食紙褓와 같은 경우는 기름종이를 재료로 하여 사각형 형태로 만들어 사용되었다. 기름종이인 식지食紙를 덧댄 것은 식지보食紙褓 또는 유지보油紙褓라 하며 끈 달린 것을 유대 식지보, 끈 없는 것을 무대 식지보라고 한다. 밥상보에 한 쌍의 주발보가 딸려 있는 것은 부부용이며 청홍색으로 부부를 구별했다.
 
예전에는 베가 흔하고 값싼 것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천 한 조각이라도 버리는 것을 죄라고 여길 정도였다. 밥상보를 '폐품에서 태어난 예술'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것을 두고 '물자 절약'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천 조각 하나에도 생명으로서 존재 가치를 부여해 주는 방법으로 밥상보를 만든 것이다.

밥상보는 옷이나 이불을 만들고 남은 색색의 자투리를 모아 두었다가 각각의 면이나 색깔이 조화를 이루도록 서로 붙여 만들어 미美를 표현하였다. 밥상보는 조각조각 모아서 만들었다고 하여 ‘쪽보’라고도 한다. 말하자면 폐품 예술인 셈이다.

우리 어머니는 밥상보를 자투리 전을 모아 이어 붙이기를 하였다. 크기가 제 각각인 빨간천, 노란천, 파란천, 녹색천, 하얀천, 검은천을 사용했다. 안방 윗목에 버티고 있는 브라더 미싱으로 들들들 박아 만들었다. 모양도 제 맘대로인 조각 천을 요리 조리 맞추어 한 순간에 만든 밥상보는 참으로 근사했다. 정말이지 비단 밥상보 못지않았다. 여섯 조각 여섯 색깔을 가르치면서 이것은 큰놈, 저것은 막내라면서 자신이 만든 밥상보를 6남매에 빗대어 말하는 어머니는 행복해 보였다.

다음 날 학교가 파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배가 고픈 나는 책가방을 마루에 던지고 부엌으로 달려갔다. 부뚜막에 한쪽에 밥상이 보였다. 예쁜 밥상보가 덮여 있었다. 한눈에 봐도 어젯밤에 어머니가 만든 밥상보였다. 뱃속에서 개구리 ‘꼬르륵~’ 울었다. 나는 잽싸게 밥상보를 걷었다. 밥상에는 방금 지은 듯한 밥 한 그릇과 짜장이 있었다. 그리고 단무지와 김치 한 접시가 수저와 함께 차려져 있었다. 밥그릇 아래에는 쪽지가 있었다. ‘이게 뭐지?' 생각하면서 쪽지를 펴봤다, 쪽지에는 '큰놈아, 오늘이 네 생일이다. 맛있게 먹어라' 순간 목이 멨다. 생일 밥을 지어 놓고 밭으로 나갔을 어머니를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밥상보로 쓱 문질렀다. 그때 어머니의 밥상보는 지금도 내 가슴속에 화인으로 남아있다. 최근에는 밥상보를 ‘퀼트Quilt’라 하여 예술성을 높이 평가를 받고 있다. 어머니는 이미 오십 여 년 전에 퀼트를 안 예술가였던 셈이다.
 
옛날 우리나라 부엌에 있는 밥상보는 위생관념 차원을 넘어 포용의 문화라 할 수 있다. 요즘에는 냉장고 온장고 등이 생겨 밥상보는 전근대적이고 비위생적인 것으로 치부하여 시대에 뒤떨어진 상징물 취급하며 괄시恝視하고 있다. 문화의 뒷방에 밀려 명함도 못 내미는 신세가 되었다. 현존하는 최고의 밥상보는 고려중기로 추정되는 탁의卓衣로 선암사에 소장되어 있는 탁자보 ‘용문자수탁의龍紋刺繡卓衣’다. 당시로는 위생적이고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보이기 바라는 마음이었다.
 
우리는 모자이크보다 더 아름다운 '밥상보' 같은 공동체가 되어야한다. 두레상에 앞에 앉아 밥맛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서로 얼굴을 보고 밥상 앞에 앉았다는데 의미를 둬야겠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함께 밥하고 설거지를 한다면 밥상보 의미는 현대에도 살아있는 것이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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