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국회의원들이 17일 국회에서 ‘공공의대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강경숙, 김윤덕, 박희승, 신영대, 안호영, 윤준병, 이성윤, 이원택, 이춘석, 정동영, 한병도 의원 등 전북 지역 여야를 아우른 11명의 의원들이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
이번 회견은 박희승 의원이 전북도의회, 남원시의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차원의 릴레이 회견을 이어가며 벌인 마지막 일정으로, 사실상 공공의대법 제정 촉구를 위한 총력전의 정점이다.
의원들은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기반은 이미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2018년 서남대학교 폐교 이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해 남원에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신설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후 21대 국회에서 ‘공공의대법’은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으나, 여당의 반대와 입법 지연으로 폐기됐다.
그러나 지금도 남원에는 이미 설립 부지가 확보돼 있으며,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공공의대 설립을 공개 지지하고 있다. 전북 의원들은 “더는 미룰 수 없다”며, “전북 도민은 너무 오래 참고 준비해 왔다. 이제 국회가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들은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라지만, 의료 불균형 앞에서는 여전히 후진국”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수도권과 대도시에 의료인력이 집중된 반면, 전북을 포함한 지방은 분만, 응급, 감염 등 필수의료 분야의 공백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들은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생명이 위협받는 현실은 국가가 방치한 구조적 차별”이라며, “의대정원 확대 논의가 단순한 숫자 싸움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공공성과 지역균형이라는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일방적 의대정원 확대 정책도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는 필수·공공의료를 살리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대도시 민간 중심 공급체계를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탄핵과 비상계엄 사태로 국정 동력이 상실된 지금, 의료개혁을 추진할 의지도, 역량도 상실했다고 일갈했다. “이제는 실패한 의료개혁을 딛고, 실질적 해법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공공의대법 통과야말로 실효성 있는 개혁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의대 설립은 단순히 남원의 숙원사업이 아니라, 의료 취약지에 대한 국가적 책무라는 점도 거듭 강조됐다. 기자회견문에서 전북 의원들은 “국가의 첫 번째 책무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며 “공공의대는 시혜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라고 밝혔다.
또한 “공공의대 설립은 서남대 폐교로 상처받은 남원시민의 치유를 넘어, 지리산권역과 전국 의료 소외지역 주민들의 생명권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국회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정치적 입장과 정당을 넘어 전북 국회의원 전원이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들은 “공공의대법은 여야의 문제가 아닌 국민 생명에 대한 책임의 문제”라고 강조하며, 조속한 법안 통과를 위해 끝까지 함께할 것을 다짐했다.
180만 전북도민의 오랜 기다림, 이제는 국회의 응답이 남았다. ‘누구나, 어디서나, 차별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그 약속이 다시 국회에서 살아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서울=박찬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