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별로 반갑지 않은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됐다.
윤석열의 치밀하지 못한 계엄선포로 국민들은 놀란 가슴을 쓰다듬어야 했고 다행히 국회의 해제 결의로 30년의 군사독재에 시달렸던 한국은 겨우 원상을 회복했다.
치열한 탄핵 찬반을 거쳐 헌재의 인용으로 윤석열은 물러나고 6월3일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야당이지만 사실상 집권당을 쥐락펴락 하고 있는 민주당의 이재명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각광을 받는다. 김동연 김경수 김두관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경선 규칙부터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밀어붙이는 이재명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어려워 보인다.
이재명에 대한 거부 의사를 가진 사람은 여당은 물론 같은 당 안에서도 상당수 있지만 너무나 거대한 당권을 쥔 그를 꺾는다는 것은 힘들다. 현재 각 언론사에서 시시 때때로 여론조사를 하고있는 추세를 보면 여당 측의 예비후보를 모두 합쳐도 이재명에게 뒤진다.
아직 본격적인 검증 단계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변수가 생길 것은 틀림없지만 지난 대선에서 0.73% 차이로 대권을 놓친 여진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에 대항하여 칼을 뽑아든 국민의힘에서는 너도나도 출사표를 던지고 있어 가뜩이나 약세일 수박에 없는 정당이 밥그릇 싸움으로 지샐 태세다.
서울을 비롯한 대구 경북 등의 광역 지자체장들이 모두 출사표를 던졌다. 안철수 유승민 한동훈 김문수 이정현 등등 기라성 같은 유력인사들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 중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은 비전도 반성도 없는 경선에 참여를 포기한다고 선언하여 경선 흥행이 깨질 것을 우려하는 당 지도부까지 나왔다.
이들 중에서 운 좋은 사람이 명색 집권 여당의 후보가 된다고 하면 마음 놓고 뛰고있는 이재명을 이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런 판국에 느닷없이 등장한 게 한덕수 국무총리 차출론이다. 한덕수는 크게 돋보이지 않는 관료 출신이다. 그러나 통상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인정 받아 38대와 48대 국무총리로 발탁되었다.
남들은 한 번도 하기 어려운 옛말로 하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를 두 차례나 역임하고 게다가 대통령 탄핵으로 권한대행까지 하고 있으니 속되게 말하면 운수가 트인 사람이다. 권한대행으로 뚝심을 발휘했다가 민주당의 탄핵으로 업무중단까지 당했다. 헌재에서 기각되어 권한대행도 두 번째다. 그는 정치를 해본 경험이 없지만 국무총리는 그 자체가 정치의 핵심이다. 따라서 그가 표현하지 않더라도 한국 정치의 앞과 뒤, 속과 밖을 누구보다도 꿰뚫고 있음은 분명하다. 한덕수가 대선에 나서겠다는 마음을 먹더라도 많은 애로가 앞을 막는다. 우선 국민의힘 경선에 나설 것이냐 여부다.
경선에 나가면 과연 승리할 수 있겠느냐도 문제다.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힘 국회의원 전체 숫자의 절반이 넘는 60여 명이 그를 지지한다고 한다. 물론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럴 개연성은 충분하다. 지금 국민들은 정치 전반에 걸쳐 신물을 낸다. 심지어 시궁창 같은 정치판이라고 서슴지 않고 폄훼한다.
이런 판국에 한덕수는 신선하다. 아직 때 묻지 않은 정치 신인으로 볼 수도 있다. 노련미가 충만한 체험자다. 트럼프 덕분에 많은 국민들이 관세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 한덕수는 바로 통상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권한대행을 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경선에 나가면 그의 장점은 희석되고 단점만 드러난다. 네거티브 정치에 깊은 상처만 입을 수도 있다. 그는 이번 대선에 등판하는 순간 변수가 된다. 이재명과 국민의힘 주자 간의 상수를 깰 유일한 후보가 될 것이다. 상수끼리 맞붙으면 치고 받는 싸움으로 혼란에 혼란이 가중될 게 뻔하다. 유권자들도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기득권자들의 그저 그렇고 그런 싸움으로 인식되어 투표율도 저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변수가 등장하면 정치판은 아연 긴장하게 된다. 한덕수는 이 변수가 되어야 한다.
한덕수가 무소속으로 후보 등록을 하면 국민의힘 후보자와 민주당 후보 세 사람이 자웅을 결하는 큰 싸움이 되지만 그 경우 민주당이 승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덕수와 국민의힘 후보자는 빗발치는 여론에 따라 후보 단일화를 해야 되고 그 방법은 이미 노무현과 정몽준이 단일화 할 때 닦아놓은 여론조사로 결정하면 된다. 누가 이기든 민주당과 결판을 낸다. 모든 국민은 이 경우 누구를 지지하더라도 모처럼 행복해진다. 더럽고 치사한 것만 보여주던 정치인들이 모처럼 신선함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이게 꿈일까? 한국의 정치가 진정한 자유와 민주 그리고 정의를 구현하는 멋진 한 마당을 펼쳐주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염원하면서 이번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는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해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