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형 소방사
김제소방서 대응예방과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꽃이 만개하는 따뜻한 봄이 찾아왔다.거리 곳곳에는 꽃들이 피어나며 변화를 알리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의 일상은 꽁꽁 얼어붙은 겨울의 그늘 속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이웃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기보다, 우리는 아직도 마스크 속에 얼굴을 숨긴 채 조용히 눈을 피하고 지나치곤 한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친구와의 악수조차 망설여지고, 사랑스러운 조카를 꼭 안아주기 전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먼저 눈치를 보게 되는 현실. 봄은 왔지만, 마음의 봄은 아직 오지 않은 듯하다.
얼마 전, 유동 인구가 많은 거리 한복판에서 50대 여성이 쓰러진 채 발견되었고, 한 시민의 신고로 병원에 이송되었지만 끝내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쓰러진 여성은 심정지 상태의 응급환자였지만, 단순 주취자로 오해받아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었다.
심폐소생술의 중요성과 방법은 여러 매체와 교육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막상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우리는 머뭇거리게 된다. “혹시 잘못 하면 어쩌지?”,“괜히 나섰다가 문제생기는 거 아니야?” 이런 망설임이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산다.
심폐소생술은 단지 가슴을 누르는 행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보다 더 먼저, 사람을 향한 관심과 용기 있는 접근이 응급처치의 진짜 시작이다. 환자에게 다가가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여보세요, 괜찮으세요?”라고 말하는 것, 그 짧은 질문 하나가 심장 압박만큼이나 소중하다. 반응이 없다면, 119에 신고하고 본격적인 처치를 시작하는 것이 순서다. 그 첫 걸음을 누군가가 용기 내어 딛는다면, 생명은 다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기술을 완벽히 아는 사람보다, 주변을 살필 줄 알고, 망설임 없이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건 더 많은 자격증 소지자가 아니라, 더 많은 관심과 연대다.거창한 지식보다 따뜻한 시선, 복잡한 기술보다 일상 속 작은 실천이 더 큰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먼저 인사하고, 쓰러진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괜찮으세요?” 한마디를 먼저 건네는 사람. 그 작은 용기가 얼어붙은 마음들을 녹이고, 우리 사회 곳곳에 다시 봄꽃을 피워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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