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공섭
프리랜서 PD
‘조배숙이 누군 줄 알아요, 정읍 동학혁명때 바로 탐관오리 조병갑의 손녀딸이랑 게요’ 우연히 탄 택시의 운전기사가 들려준 말인데, 자신이 바로 절대권력을 가진 왕인줄 착각하고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을 어떻게 전라도 국회의원인 조배숙이 윤석열 편에 설수 았는냐라는 원망섞인 비난이어서 검색해보니 조병갑의 진짜 증손녀딸은 노무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바 있던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였다. 마침 지난 5월 11일 정읍 황토현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서 전봉준 장군 순국 130주년을 기리는 특별전 ‘전봉준, 시대의 부름에 응답하다’가 열리고 있다. 12⬝3 내란 종식을 위한 대선 기간중에 열린 전봉준 순국기념 특별전은 더욱 더 큰 의미로 ‘혁명은 결코 1895년에 멈추지 않았으며, 지금도 수많은 ‘전봉준’들이 불의에 맞서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전해주고 있다.
그러나 검찰 독재정권 맞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K-민주주의의 결실이 목전에 두고 있는 오늘 친일파 조병갑의 후손들이 아직도 떵떵거리며 활보하는 오늘의 현실이 아직 청산하지 못한 과거가 명확하게 보여주는 기득권의 현주소다. 130년전 전봉준은 인내천, 사람이 곧 하늘(人乃天), 세상의 중심이다’라는 기치를 세운 동학혁명을 일으몄다. 탐관오리 조병갑이 모친상을 당한 후 부조금으로 2천 냥을 거둬오라는 요구에 전봉준의 아버지 전창혁이 대표로 나서 항의하자 도리어 조병갑에게 곤장을 맞아 죽는 억울한 일이 벌어지고 마침내 1894년 농민 천여 명과 함께 혁명의 기치를 들었고 양반 착취에 저항한 최초의 시도로 관아를 습격해 빼앗긴 곡식을 되찾고 사람이 바로 세상의 중심임을 당당하게 선언하였다. 조선 강토를 피로 물들인 이 동학농민항쟁은 단순한 반란이 아니라 조선의 구태의연한 봉건시대를 마감하고 근대의 신새벽을 열어젖힌 전환기적 사건이었다. 그러나 전봉준의 지휘 아래 서울로 진격하던 혁명군은 공주 우금치 전투에서 일본군의 지원으로 받은 막강한 개틀링 기관총 앞에서 2만 5천명의 무고한 농민군이 학살당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아직까지도 참혹하게 희생된 농민군들의 진실이 밝혀지지못한 민완의 혁명이다. 1895년 3월 25일(양력 4월 19일) 조선재판소 구성법이 공포된 지 4일 후인 3월 29일 이른바 처음 도입된 근대 사법제도가 출범한 이후 내려진 첫 사형선고가 바로 녹두장군 전봉준과 동학농민 지도자 손화중, 최경선, 성두한, 김덕명 등에 대한 교수형 선고였다.
그러나 탐관오리의 대명사 조병갑은 농민들이 미리 봉기한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도망쳐서 목숨을 구했고, 책임을 물어 잠시 유배되었지만 청일전쟁 직전 경복궁을 점령한 일본군이 설립한 친일 내각에 의해 석방됐고, 도리어 고종으로부터 중용받아 1898년에는 고등재판소 판사가 되어 자신에 의해 야기된 동학 혁명의 2대 접주 최시형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는 역사적 불공정 재판의 당사자가 되었다. 그 이후에도 고종과 친일파 양쪽에게 총애받으며 호의호식하다가 천수를 누리고 생을 마감했다. 그의 친손녀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학부 명예교수는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하고,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에 임명되기도 했고, 2006년 《월간조선》 11월호에서 동학농민운동을 촉발시킨 탐관오리이자 친일파 집안인 조병갑 집안의 손녀라는 사실이 보도되자 도리어 조기숙은 ‘증조부에 대한 사실이 오류이며 증조부는 역사의 희생양일 뿐이다.’라는 증조부 조병갑의 결백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2022년 대선 당시엔 윤석열의 부인 김건희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서도 국민대를 옹호하고, 중요한 일이 아니라며 거꾸로 비판자들을 비난하기도 하였다. 반성은 커녕 어떤 역사의식도 찾아볼 수 없는 뻔뻔함이 지위와 기득권을 가진 자들의 공통적 특징이다. 이런 현실에서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전봉준 장군의 딸 전옥례는 15세의 어린 나이로 화를 피하여 진안군 마이산으로 들어가 김옥련으로 이름을 고치고, 어렵게 숨어 살다가 동학 농민 운동이 민란에서 농민운동으로 승격된 1970년에야 비로소 그 동안 전봉준의 딸임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기구한 사실을 밝혀지고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완전히 뒤바꿔진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단면이다.
그러나 5백년 조선사회를 뿌리채 뒤흔들어 놓은 전봉준의 ‘사람이 곧 하늘(人乃天) 세상의 중심이다’라는 메시지는 유관순의 3⬝1운동과 안중근의 만주 하얼빈의 역사를 만들어 내었고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의 민주화 운동을 거쳐 오늘 이재명의 진짜 민주주의 혁명 정부를 꿈꾸며,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전봉준의 녹두꽃 대신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 아파트’를 부르며 푸르른 응원봉을 흔드는 K-민주주의의 기적을 다시 이뤄내고 있다.
‘정치가 뭡니까? 국민을 괴롭히고 지배하라고 있는 겁니까? 대통령이 왕입니까? 절대권력을 가진 통지잡니까? 대한민국의 공복, 국민의 머슴 중에 제일 큰 책임을 지닌 머슴, 옛말로 하묜 마름아닙니까? 마름의 최대 덕목은 주인인 국민에게 충성하는 것, 충직한 마름, 유능한 머슴이 되는 것이 대통령 아닙니까?’ 전봉준의 사람이 곧 하늘인 인내천은 이재명의 충직하고 유능한 마름. 머슴으로 변하였지만 ’불공정과 불평등, 부정부패를 청산하고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라. 불로소득을 없애고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고 잘 사는 나라 만들라‘는 분명하고 준엄한 국민의 명령을 엄숙히 실행하겠다는 이재명의 약속을 오늘 다시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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