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자전적 에세이> 교룡산성56. 제6 시집 『겨울 운동장』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06월 09일
교룡산성56. 제6 시집 『겨울 운동장』
김동수 교수 시집 2권 내달 7일 출판기념회
제6 시집 『겨울 운동장』 자서(自序) “왜 시를 쓰느냐?”고 젊은 날 누가 내게 물었다. 나는 서슴없이 “춥고 배고파서”라고 대답했다. 남달리 추위를 타고, 무언가 만족치 못해 늘 허전했던 나, 그래 이리 저리 찾다보니 시가 나에게로 왔다 진주가 실은 조개 살에 박힌 상처이듯, 나의 시는 대부분 내 삶의 아픈 신음소리였다. 그러다 보니 시는 짓는 게(作) 아니라 발(發)하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터져 나오는 내 삶의 뜨거운 한숨과 서원(誓願), 이것이 대학을 다니던 떠꺼머리 총각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울 수 없는 내 삶의 그림자 『겨울 운동장』이다. -김동수, 『겨울 운동장』 자서, 2004년 10,
김동수 『겨울 운동장』을 읽고 동심이 살아 있는 유토피아적 공간에 들어서면 그의 시는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정서로 충만해진다.
아이들이 없는 / 운동장에 눈이 내린다.// 풍금소리에 맞춰 / 노래를 부르던 아이들이 / 하늘에서 내린다. // 이리 뛰고 저리 뛰고 / 깔깔대며 / 눈싸움을 벌이다 / 하얗게 운동장을 덮는다.// 추운 겨울을 위로라도 하듯 / 빈 교정에 눈이 내리는데 // 눈송이를 던지던 아이들은 / 어디로들 갔는지// 눈에 묻혀 / 풍금 소리도 아이들도 /보이지 않고// 긴 겨울 / 느티 한 그루 / 빈 교정을 지키고 있다. - 김동수, 「겨울 운동장」 전문, 1979, 1
시인의 눈은 언제나 세계를 향해 열려 있다. 세계는 자기 내부로부터 우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광범위한 세계의 한 지점에 서서, 혹은 집시처럼 여러 지점을 순회하며 시인은 열린 눈으로 노래한다. 김동수 시인은 순간적으로 포착된 대상물에 자신의 경험을 용해시켜 한 몸을 이루면서 미적 성취를 이루고 있다. 세상을 향한 강렬한 외침이나 참여적 발언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그의 시들은 독자를 시인 사유의 곳간으로 불러 들여 맑고 잔잔한 사유의 강줄기 같은 매력을 은은하게 발산한다. 이런 매력은 산을 대상으로 한 시편들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그의 시에 드러난 서정성을 그의 성품이라고 본다면 그는 분명 용자(勇者) 보다는 인자(仁者) 쪽에 해당될 것이다. “산이 깊으면 계곡이 되고/ 산이 낮으면 들이 된다// 낮아지고 낮아진 산들이 / 다시 산을 이루고 // 높아지고 높아진 산들이/ 다시 내려 들이 되”듯이 그는 자연스럽게 자연의 이치를 체득하고 이를 노래하고 있다. 온 몸으로 언어를 밀고 나가는 시인에게 이 체득은 더할 수 없이 귀중한 자산임에 틀림없다.
열매를 다 키운 나무는 / 잎을 다 떨구고도 슬프지 않다./ 그들이 다 떠난 / 겨울 입구에 / 조용히 모자를 벗어 놓고 / 마지막 잎을 내려 / 대지를 덮는 나무여 -김동수, 「나무에 대한 생각·5」 전문
늦가을 나무의 정경이 눈에 선하다. ‘마지막 잎을 내려 / 대지를 덮는 나무’의 모습에서 뭇 생명을 감싸 안는 모성적 희생성을 느낄 수 있다. 화자가 닿고자 하는 세계는 이처럼 무한한 사랑이 생명정신으로 승화되어 순환하는 자연계인 것이다. - 배한봉, 김동수 시집 『겨울 운동장』 작품 해설에서
삶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풍경과 자연을 담아온 김동수 백제예술대 영상문예과 교수(57)가 여섯 번째 시집 ‘겨울 운동장’을 펴냈다. 세상의 순간적인 인상이나 정서가 표출된 그의 시 속에는 희생과 편안함, 넉넉함이 공존하고 있다. ‘시장 어귀에서 / 한 노파가 시들어 가고 있다’ 시장에서 푸성귀를 파는 할머니의 고단한 일상은 모성적 이미지를 구체화시키고 있다. ‘열매를 다 키운 나무는 / 잎을 다 떨구고도 / 슬프지 않다’는 ‘나무에 대한 생각 5’ 역시 모성성을 담고 있다. “어머니 영전에 이 시집을 바친다”는 김교수의 시는 결국 ‘모성성을 향한 여로’다. ‘동심이 살아있는 유토피아’는 이번 시집의 또 다른 공간이다. 유토피아에 대한 그리움은 과거를 향하고 있으며, 숭고하지만 허름해진 모성성과 대비되고 있다. 배한봉 시인은 “과거, 즉 유토피아적 공간을 통해 고통과 슬픔이 혼재하는 현재의 삶을 치유하고 회복하려는 시인의 의지가 잠재되어 있다”고 평했다. ‘겨울 운동장’에는 서술보다 이미지 위주 묘사의, 맑고 잔잔한 사유가 있다. 전북일보 도휘정 004-11-23 23:02 2004-1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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