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이제는 ‘쉼’이 있는 여행으로
이택규 편집위원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06월 12일
올해 초, 필자는 ‘셀러브리티 크루즈’를 타고 싱가포르에서 출발해 발리를 중심으로 한 크루즈여행을 다녀왔다. 가족들과 함께 셀루카바왕, 우붓, 룸북섬을 비롯해 발리의 다채로운 풍경과 문화를 체험하며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순간은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 인도네시아 가이드와의 짧은 대화였다. 그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등의 다양한 언어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전문 가이드로 15년 동안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을 안내해 오며, 각국 여행객들의 여행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서양인들의 여행 방식은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발리 같은 휴양지에 오면 대개 한 숙소에 머무르며, 여행 기간 내내 여유로운 시간을 즐긴다. 그들의 여행 가방에는 어김없이 1~2권의 책이 들어 있으며, 관광지를 바쁘게 돌아다니기보다 숙소나 카페에서 독서를 하며 천천히 하루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반면, 한국인 여행객들은 평균 이틀에 한 번씩 숙소를 옮기며 계획된 일정에 따라 부지런히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는 눈으로 더 많은 것을 보고, 사진을 찍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것이 ‘잘 다녀온 여행’으로 여겨지는 행태가 여전히 강하다. 그리고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여행 기간에 찍은 멋진 사진을 올리는 것까지가 여행의 필수 요소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물론 어떤 여행 방식이 옳고 그르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여행은 철저히 개인의 선택이며, 각자의 성향이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촘촘한 일정이 만족감을 주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더 큰 행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행이 단지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하는 일’이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지금 우리는 너무 빠르게 살아간다. 스마트폰의 알림에 즉각 반응하고, 쉼의 틈조차 없이 일정을 채워 넣으며 ‘일상의 속도’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여행지에 가서조차 조급함을 내려놓지 못한다. 이곳도 가야 하고, 저곳도 들러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피로를 낳는다. ‘잘 쉬고 잘 잔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시대다. 이제는 우리의 여행 기준을 조금 바꿔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몇 개의 명소를 다녀왔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나를 회복했는가’를 여행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 낯선 곳에서 책 한 권을 천천히 읽고, 머물던 낯선 숙소 근처를 산책하며, 현지의 일상에 잠시 스며드는 여행은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단 며칠이라도 오롯이 ‘쉼’에 집중하는 시간은, 여행이 우리 삶에 남기는 가장 값진 선물일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삶의 균형’에 대해 많은 생각하게 되었다. 일과 여가의 경계, 속도와 방향의 중요성,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휴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더욱 진지해지고 있다. 그 흐름 속에서 여행 문화 역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단체 관광에서 개별 여행으로, 패키지 중심에서 자유 일정 중심으로, 과거의 여행이 ‘이끌림’이었다면 이제의 여행은 오로지 나의 ‘선택’과 ‘계획’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는 우리도 여행 가방에 책 한 권쯤은 넣어볼 여유를 가질 때다. 아울러 여행지에서 그 책을 조용히 펼쳐보는 여유를 자신에게 허락해 보자. 그것은 단순한 독서를 넘어, 나 자신과 마주하는 조용한 기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필자 또한 이번 여행을 통해 생각이 조금은 달라졌다. 예전에는 바쁘게 움직이며 무언가를 찾아서 보고, 듣고, 채우는 여행을 당연하게 여겼지만, 이제는 진정한 휴식이 있는 여행, 여백이 있는 여행을 그려 보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그 여운을 잊지 못해, 다시 한번 발리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다. 오는 6월 30일, 두 번째 발리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이 여행에서는 책 한 권을 챙기고, 더 천천히 걷고, 더 오래 머무를 계획이다. 다녀와서 독자분들에게 다시 이야기해 보고 싶다. 쉼이 있는 여행이 내게 어떤 변화를 주고 있는지를...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0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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