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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강의는 ‘눈높이 예술’이다

강의 기획자(담당자)와 강사 간 소통의 중요성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6월 19일
필자는 강의 의뢰를 받으면 주최 측의 강의 개설의 목적과 청중의 연령대, 남녀 구성비, 참여 자발성, 직업군, 이전 수강 경험, 기타 특이사항 등에 대해 가능한 한 자세하게 알려달라고 요구한다. 특히 인문학 강의는 더 그렇다. 수강 대상자나 내용이 한정정인 금융, 보험, 경제 관련 전공강의와는 달리, 인문학 강의는 수강자의 다양성만큼이나 내용이나 수준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공자, 맹자, 칸트, 니체를 얘기해야 할 자리가 따로 있고, 가볍고 재미있는 시 등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치유와 행복을 얘기해야 할 자리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통이 되어야 비로소 ‘맞춤형 강의’가 가능해진다. 그렇지 않으면 내용은 알차지만, 청중과는 동떨어진 강의가 되어버리기 쉽다. 얼마 전, 필자가 수강자로 참여했던 ‘AI 활용 교육’도 그랬다. 안내문에는 “노트북을 꼭 지참하세요”라는 문구가 들어 있었다. 실습하며 교육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AI 활용기술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몰렸고, 이 열기는 AI에 대한 교육 현장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방증이었다.
하지만 강의 내용은 ‘AI 학습과 활용의 중요성’에 관한 원론적인 이야기에 머물렀다. 강사는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수십 가지 AI 도구들을 차례로 소개했다. 흥미롭긴 했지만, 문제는 이런 내용이 예정된 강의 시간 내내 이어졌다는 점이다.
노트북을 켜놓고 있었지만 이를 활 용하거나 실습을 해 볼 기회조차 없었다. 물론 강사는 자신의 열정을 가득 담아 설명했지만, 청중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일부는 노트북으로 다른 업무를 하면서 듣거나, 몇몇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청중은 ‘AI 활용 교육’이라는 제목에 맞게 ‘함께 배우며 실습하는 강의’를 기대했지만, 실제는 ‘빠른 목록 읽기’에 그쳤다. 강의 내용이 풍부하다고 해서 무조건 청중에게 도움이 되거나 감동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한 두개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이 있었다면 훨씬 실속 있는 강의가 되었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강사의 역량 부족 때문일까? 아니다. 강사는 다방면으로 AI 도구를 활용하고 있는 최고의 전문가였으며 인품도 뛰어난 분으로 보였다. 다만, ‘청중이 누구인지’, ‘무엇을 배우길 원하는지’, ‘이 강의에서 기대하는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제 AI는 일부 전문가만의 도구가 아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수업 방식, 콘텐츠 구성, 학습자 맞춤형 자료 제공 등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교수자에게 AI 도구를 직접 다루며 새로운 교육 환경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욕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주최 측과 강사는 이 점을 놓친 것이다.
강의를 기획하면서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강의 제목을 정하고, 강사를 섭외하고 나면 이제 모든 것을 강사에게 맡겨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 이후다. 강사에게 강의 개설의 명확한 목적과 수강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전달하며 강의 주제와 내용, 방식 등을 조율해야 한다. 강의는 강사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강의 기획자와 강사가 함께 짓는 공동 작업물이다. 강사의 전문성이 충분하더라도 그 전문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구조와 여건을 만드는 것은 기획자의 역할이다. 기획자는 청중과 강사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이자, 강의 전체의 설계자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사전 소통’이다.
좋은 강의는 ‘누가 무엇을 가르치는가’보다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하는가’에 달려 있다. 같은 내용을 다루어도 청중의 기대수준과 눈높이에 맞게 구성되면 강의는 훨씬 더 살아난다. 현장의 감동을 만드는 강의, 그 시작은 늘 ‘사전 소통’에서 비롯된다. (econo@jj.ac.kr)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6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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