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 지역의 폐업자 수가 3만 1,000여 명을 넘어섰다. 이는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이며, 전국 폐업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한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그 중에서도 매출 규모가 작은 간이사업자가 1만 명이 넘었고, 소매업과 음식업, 서비스업 등 소비와 직결된 업종에서 타격이 집중됐다. 고금리와 고물가, 소비 위축이 맞물린 복합위기 속에서 영세 자영업자는 먼저 무너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폐업 시점이다. 사업을 연 지 6개월 만에 폐업한 경우가 4,000명을 넘었고, 절반 가까운 1만 4,000여 명이 ‘사업 부진’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 이는 창업과 폐업의 순환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자영업자의 경제적 회복력이 한계에 달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북 익산에 대형 유통업체인 코스트코의 입점이 추진되면서 지역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또 하나의 ‘지각변동’을 우려하고 있다. 코스트코 익산점 입점에 대해 지역 상인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동네 수퍼와 잡화점은 물론, 식자재마트·정육점 등 중소 유통업체들까지 가격 경쟁력 상실, 물류 붕괴, 중간 도매 거래 단절 등의 직접적 피해를 우려한다. 전통시장과 소규모 점포는 대형유통의 대량판매 구조와 온라인·오프라인 통합 유통 전략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해당 단체들은 긴급 간담회를 열고, “익산뿐 아니라 전주, 김제, 군산 등 서북권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코스트코 입점이 단지 부정적인 효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대형유통점은 주민의 소비욕구를 충족시키고, 지역 외 소비자 유입을 유도하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세수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도 분명히 있다. 특히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은 더 저렴하고 다양한 제품을 원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러한 변화된 소비트렌드는 무시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제로섬 게임’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유통이 가져오는 이익이 곧바로 소상공인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구조 속에서, 주민들 간 이해관계는 상충된다. 즉, 소비자도, 소상공인도 모두 같은 지역 주민이며, 어느 한쪽의 이익이 타인의 고통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의 ‘공’도, ‘과’도 될 수 없다. 공과를 따지기 어려운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이제 필요한 것은 갈등을 최소화하고, 공존의 길을 모색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다. 일방적인 입점 추진이나 감정적 반발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코스트코 본사와 지역 소상공인 단체, 지자체, 전북특별자치도의회가 참여하는 지역 상생 협의체 구성이 시급하다. 상생 협약 체결, 지역 우선 납품 비율 확대, 전통시장 공동 마케팅 지원, 물류 공동화 등 실효성 있는 대안을 함께 도출해야 한다. 전북은 전국에서도 대형 유통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이다. 시장 기반이 넓지 않고, 상권도 소규모로 분산되어 있어 자칫하면 특정 업종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에 이번 입점 논의는 단순히 ‘찬성’과 ‘반대’의 프레임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모두가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현명한 주민의 선택, 책임 있는 지자체의 역할, 이해 당사자 간의 진지한 협상, 그리고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상생’은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