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사회 변화와 가족 구조의 다양화 속에서 가사 사건은 그 수와 내용 면에서 날로 복잡해지고 늘고 있다. 이혼, 양육권 분쟁, 상속 문제, 친권 및 후견 관련 사건 등은 당사자와 가족 구성원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사건은 단순한 법률 다툼이 수준이 아니다. 그럼에도 전북특별자치도는 가정법원이 부재한 상태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전북을 포함한 단 4곳만이 가정법원이 없는 지역이라는 현실은 심각한 사법 불균형을 보여준다.
전주지방법원에 접수되는 가사소송 건수는 연평균 1,600여 건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그만큼 많은 도민이 가정법원의 전문적 사법서비스를 필요로 한다는 방증이다. 현재 전주지법 가사부가 이러한 사건을 처리하고 있지만, 형사·민사 사건과 병행되는 구조에서 전문성을 온전히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재판의 지연, 사건 처리 과정에서의 세심한 심리 미흡 등은 당사자들의 2차적 고통을 야기한다. 특히 양육권이나 후견과 같은 사건은 신속한 결정이 아동과 노약자의 삶에 직결된다. 사건 재판의 지연은 곧 피해로 이어진다.
전북변호사회와 지역 시민단체, 법조계가 전주가정법원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것도 이러한 절박함 때문이다. 이미 가정법원을 운영하는 다른 지역의 경우 사건 처리의 효율성과 당사자 만족도가 현저히 높아졌다.
전문 법관과 조사관이 상시 배치되어 사건의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법률적 판단뿐 아니라 심리·사회적 측면까지 고려한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반면 가정법원이 없는 지역은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지고, 당사자가 타지역 법원을 오가야 하는 불편까지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차이는 곧 '사법격차'라는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가 지난달 제420회 임시회에서 ‘사법격차 해소를 위한 전주가정법원 설치 촉구 건의안’을 채택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그러나 건의안 채택만으로는 부족하다. 법원 설치 여부는 대법원 사법행정회의와 국회의 입법 과정, 예산 배정 등 복합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 정치권, 법조계,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공조와 압박이 필요하다. 특히 전주가정법원 설치가 단순한 지역 이익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재판받을 권리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
가정법원은 단순히 ‘사건을 재판하는 곳’이 아니다. 그곳은 갈등으로 상처 입은 가족을 회복시키고, 아동과 청소년의 미래를 보호하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치유의 법정’이어야 한다. 전북에 가정법원이 설치되면, 도민들은 생활권 내에서 신속하고 전문적인 재판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법원 내 상담·조정 제도를 통해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할 기회도 늘어난다.
이는 단순한 사법 서비스 확충을 넘어, 지역 사회의 건강성과 안전망을 강화하는 길이다.
전주가정법원 설치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사건 수와 도민 요구는 이미 충분히 입증됐다. 남은 것은 국가 사법 행정이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신속히 제도적 결정을 내리는 일이다. 전북 도민에게도 다른 지역과 동등한 사법 서비스를 누릴 권리가 있다.
더 이상 사법 불균형이라는 낡은 현실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전주가정법원 설치가 전북 사법 정의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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