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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등학교 자퇴 후 검정고시에 응시하는 학생 비율이 56.9%에 달했다. 최근 3년간 55% 이상을 꾸준히 기록하던 수치가 올해 들어 더 높아진 것이다.
이는 학교라는 공동체의 의미가 퇴색되고, 학력 취득이 대학 진학의 ‘절차’로만 전락하는 현실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일부 학생들은 다시 고등학교에 재입학하는 사례도 있다.
특히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적용되는 ‘내신 5등급제’가 향후 자퇴율을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우려된다. 기존 9등급제보다 평가 구간이 넓어지면서 성적의 세밀한 변별력이 줄고, 상위권 학생과 하위권 학생의 차이가 성적표에서 희미해졌다.
이로 인해 ‘학교에서 공부해도 입시에서 유리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성적 향상의 동기부여가 약화된 학생들, 특히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검정고시라는 빠른 경로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학교의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흔든다는 데 있다. 학교는 단순히 학력을 인증하는 기관이 아니다. 교실에서의 수업, 동아리 활동, 친구와의 협력, 교사와의 관계, 다양한 비교과 경험 등이 모두 한 사람의 성장 과정에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그러나 ‘대학만 가면 된다’는 분위기가 만연하면서 학교생활의 필요성이 퇴색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학부모와 학생은 고등학교를 ‘선택적으로 다닐 수 있는 곳’으로 여기며, 필요 없으면 중도에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태도까지 보인다.
물론 검정고시는 일정한 역할을 해왔다. 다양한 사정으로 학교 진학이 어려운 학생, 조기 진학을 희망하는 우수 인재, 혹은 대안 교육을 택한 청소년에게 또 하나의 기회로 제공됐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은 검정고시가 예외적 통로가 아니라 주류 경로로 변질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과정 이수의 과정적 의미가 사라지고, 시험을 통한 학력 인증만 남는다면 이는 우리 교육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해결책은 단순하지 않다. 우선 교육당국은 ‘내신 5등급제’가 실제로 학생들의 학습 동기와 진로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제도 시행의 취지가 성적 부담 완화와 교육 정상화였다면, 그 효과와 부작용을 균형 있게 검토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고교 학점제, 진로 맞춤형 교육과정 등 학생 개개인의 흥미와 역량을 살릴 수 있는 교육환경을 확충해 ‘학교에 다니는 이유’를 다시 만들어주어야 한다.
아울러 검정고시 제도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단기간 시험 준비로 고등학교 과정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청소년기는 학습과 성장의 시기가 아니라 ‘시험만 치르면 되는 대기 기간’으로 변질된다.
이를 막기 위해 검정고시 합격자의 대학 입학 전형 반영 방식, 재입학 허용 조건 등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검정고시가 학습권 보장이라는 본래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학교 교육의 붕괴를 초래하지 않도록 제도적 균형을 잡아야 한다.
청소년의 학교생활은 단순히 다음 교육 단계로 가기 위한 ‘통로’가 아니다. 그 속에는 사회성과 책임감, 공동체 의식, 인격적 성숙을 키우는 과정이 녹아 있다. 지금의 자퇴·검정고시 증가세는 우리 교육이 그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음이다.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학교가 청소년들에게 ‘머물고 싶은 곳’이 되도록 만드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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