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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선로는 전북에, 투자이익은 전남에… 불합리한 ESS 평가 기준 당장 고쳐야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8월 24일
전북이 또다시 국가 에너지 정책의 희생양이 됐다. 전력거래소가 최근 발표한 ‘2025년 1차 ESS(에너지저장장치) 중앙계약시장’ 공모에서 전국 7개 사업지가 모두 전남으로만 배정된 것이다. 사업 규모만 해도 무려 1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지역 경제에 막대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대형 투자임에도, 전북은 단 한 곳도 선정되지 못하는 참담한 결과를 맞았다. 수조 원대의 기회가 눈앞에서 사라진 셈이다.
이번 탈락에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전력거래소가 설정한 불합리한 평가 기준 때문이다. 공모 평가의 핵심 항목인 ‘출력 제어 수준’에서 전남은 지난해 무려 22회에 달하는 출력 제어 실적을 기록하며 만점(12점)을 받았다. 반면 전북은 고작 4회에 불과해 2.2점에 머물렀다. 발전량이 송전 용량을 초과해 잦은 출력 제어가 필요한 지역일수록 ESS 수요가 크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결국 전북은 평가 점수에서 크게 뒤처지며 사업 기회를 통째로 빼앗긴 꼴이 됐다.
겉보기에 타당해 보이는 이 기준은 실상 매우 불공정하다. 전북은 재생에너지의 ‘수송기지’ 역할을 떠맡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36년까지 34만 5,000 볼트급 초대형 변전소 4기와 10여 개의 송전선로가 전북 땅에 추가로 건설된다. 전남 등 서남권에서 생산된 막대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실어 나르는 통로가 바로 전북이 된다.
특히 초대형 변전소와 송전선로는 대표적인 님비(NIMBY) 시설이다. 주민 건강과 환경 훼손, 재산권 침해 우려로 수십 년간 극심한 갈등을 빚어온 시설이다. 전북은 이러한 사회적 갈등을 감내하며 국가 에너지 체계의 안정적 운영을 떠안고 있다. 그런데도 ESS 사업 평가에서는 이 같은 부담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출력 제어 횟수라는 단일 지표만으로 줄 세우기를 하면서, 전북은 희생만 떠안고 보상은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결국 ‘희생은 전북, 이익은 전남’이라는 왜곡된 공식이 고착되는 것이다.
정부는 2038년까지 약 40조 원 규모의 ESS 구축에 투자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만약 현행과 같은 평가 기준이 유지된다면, 전북은 앞으로도 수많은 공모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전력거래소 측은 “향후 공모에서는 출력 제어가 적은 지역도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상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출력 제어 횟수라는 단일 지표만이 아니라, 송전·변전소 등 전력계통 시설을 떠안는 지역의 부담을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국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전북이 맡은 역할과 희생을 정당하게 보상하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뜻이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정치권이 손 놓고 방관해서는 안 된다. 지역이 손해만 보는 구조가 반복되지 않도록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 단순한 건의 수준을 넘어, 불합리한 제도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중앙정부와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적극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전북은 ‘전력 수송지’라는 굴레 속에서 앞으로도 수십 조 원의 투자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국가 에너지 정책은 공정과 균형 위에서 추진돼야 한다. 일부 지역의 희생 위에 세워져서는 안 된다. 전북이 변전소와 송전선로라는 기피 시설을 떠안으면서도 정작 경제적 과실에서 배제된다면, 이는 지방 균형 발전의 원칙에도,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에도 배치된다. 2차 ESS 사업 입찰이 예정된 올 하반기 전에 반드시 평가 기준이 합리적으로 수정돼야 한다. 그것이 전북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고, 국가 에너지 정책의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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