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미래 위한 성장·협치·개혁… 실용과 소통으로 길 찾겠다”
김경선 기자 / 입력 : 2025년 09월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을 맞아 열린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 경제, 외교, 정치, 검찰개혁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혔다. 지난 30일 기자회견에 이어 다시 한 번 공개 석상에 선 것은 대통령의 강한 소통 의지를 드러낸다는 평가다. 이날 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 활성화, 미국과의 통상 협상, 야당과의 협치, 검찰개혁 방향, 언론과 가짜뉴스 대응 등 굵직한 쟁점에 대해 장시간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지금은 빚을 내서라도 투자해야 할 때”
가장 큰 관심은 민생경제와 국가 재정 운용에 쏠렸다. 이 대통령은 국가부채 증가 우려에 대해 “빚을 내서라도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 국면에 빠지면 국민의 일자리와 기업 투자가 함께 위축된다”며 “AI·로봇·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세수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위기 대응 당시 확장 재정 투입 사례와 윤석열 정부의 긴축적 기조를 비교하며, “당장은 재정적자가 늘더라도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경기 침체 국면에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한 것이자, 단기적 지출을 넘어 미래 산업 육성을 국가 전략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과의 협상, 국익 최우선… 불리하면 사인 안 해”
최근 최대 외교 현안으로 떠오른 미국 조지아주 구금 사태와 통상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과 기업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미국과의 협상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 불리한 조건이라면 사인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특히 일본이 이미 미국과 체결한 투자 합의의 불리한 조항을 언급하며 “우리 협상은 선례를 교훈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양국 간 건전한 긴장관계 속에서도 실질적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기업의 해외 투자와 비자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같은 발언은 대미 협상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현실적 협력의 필요성을 동시에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협치와 야합은 다르다”… 야당과의 관계 선 긋기
정치 현안에 대한 질문에서는 ‘협치’를 반복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동을 언급하며 “생각보다 유연한 태도로 대화가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협치와 야합은 분명히 다르다”며 원칙 없는 타협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내란 특검 문제와 관련해서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훼손했던 사안은 법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며 엄정한 입장을 유지했다. 동시에 특검의 활동 기간·인력 부족 시 국회의 정상적 연장 절차를 강조해, 정치적 거래성 합의는 경계했다. 이는 ‘소통과 협치’의 기조 속에서도 법과 원칙을 우선시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검찰개혁 신중론… “구더기만 치우면 된다”
검찰개혁 질문에서는 자신을 “가장 큰 피해자”라고 지칭하며 기득권적 수사·기소 관행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다만 이 대통령은 “구더기가 싫다고 장독을 없앨 수는 없다”며 무분별한 제도 개편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수사·기소 분리에 대해 그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중수청으로 이전되더라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냉철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여당 내 강경한 검찰개혁 요구와 일정 부분 거리를 두면서, 현실적이고 점진적인 개혁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언론개혁·가짜뉴스 대응… “가장 큰 피해자는 내 아들”
이 대통령은 언론과 가짜뉴스 문제에 대한 섭섭함도 토로했다. 그는 “과거 사실이 아닌 의혹은 대대적으로 보도됐지만, 뒤늦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며 언론 책임을 강하게 지적했다.
특히 대장동 의혹 당시 아들이 화천대유에 근무한다는 허위 보도로 “아들의 인생이 망가졌다”고 언급했다. 이는 언론중재법 개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논란과 맞물려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 발언이 오히려 외부의 불필요한 개입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별재판부 논란에 “위헌 아니다”… 견제 필요성 강조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질문에는 “사법부의 구조는 스스로 정하는 것이 아니며,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위헌 논란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변호사·법원·국회 추천을 통한 합리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별재판부가 설치되더라도 유죄·무죄 판단은 법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며 “효율성 측면에서는 현 재판부의 판단을 지켜보는 것이 낫다”는 신중한 태도도 덧붙였다.
‘소통형 대통령’ 메시지 부각
이번 기자회견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국민에게 향후 국정 방향을 설명하고 소통 의지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지난 30일 회견에 이어 두 번째 공식 회견이라는 점에서 “국민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대통령의 스타일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민생경제 활성화와 미래 산업 투자,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의 국익 수호, 야당과의 협치,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의 신중한 접근을 골자로 자신의 철학을 설명했다. “아집이 아닌 합리와 실용, 협력과 원칙”이라는 메시지는 향후 국정 운영의 핵심 방향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취임 100일을 맞은 이재명 대통령의 과제는 이제 분명해졌다. 확장 재정과 협치, 개혁을 실용적 균형 속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이날 기자회견은 그 시험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서울=김경선 기자 |
김경선 기자 /  입력 : 2025년 0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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