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대응기금, 지속 가능한 변화의 종자돈 돼야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10월 19일
전북이 올해 배분받은 지방소멸대응기금 808억 원 중 32%만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24.2%)보다는 높은 수치지만,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못한 점에서 결코 안도할 일이 아니다. 지난해 48.1%였던 집행률이 1년 만에 16%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도 문제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돈을 쓰는 방식’에 있다.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를 1년 단위 사업 평가와 예산 차등 배분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의 발상 자체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매년 각 지방자치단체의 기금 집행 성과를 평가해 다음 해 예산을 차등 배분한다. 표면적으로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1년짜리 실적 맞추기’로 변질됐다. 지자체들은 중장기 전략 대신 단기간 내 성과가 보이는 사업을 선택하고, 본래 취지였던 지속 가능한 인구 구조 개선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은 수십 년에 걸친 구조적 변화의 결과인데, 이를 연 단위 예산 구조로 다루는 것은 애초부터 모순이다. 도내 14개 시·군 가운데 11곳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상당수 사업이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다. 복합사업 비중이 35%를 넘지만, 사업 간 조정이 원활하지 않아 행정 절차만 복잡해졌다. 일자리 창출·주거환경 개선·저출생 대응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합적으로 다루겠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협업 부재와 행정 지연이 오히려 집행률을 떨어뜨렸다. 결국 지역 주민들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지방소멸 대응의 본래 목적도 흐려지고 있다. 정책도 문제다. 지역이 스스로 방향을 설정하고, 그 전략에 맞게 예산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중앙정부의 일률적인 평가 기준과 연 단위 예산 구조는 지방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옥죄고 있다. 각 지자체가 지역의 특성과 인구 구조에 맞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년도 사업비를 확보할 수 있는 계속비 예산제도를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나 정주 여건 개선, 산업 생태계 재편과 같은 근본적 변화가 가능하다. 기금의 목적은 단순히 집행률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 인구 유출을 막고, 젊은 세대가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사업 구조는 공공임대 리모델링, 창업공간 조성, 문화관광 시설 정비 등 단기성과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 이런 사업은 당장의 성과는 내더라도, 지역이 스스로 살아남는 힘을 키우지 못한다. 인구 감소의 핵심 원인인 일자리 부족과 교육 기회의 불균형을 해결하지 않고는 지방소멸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단순한 ‘보조금형 사업 예산’이 아니라, 지역 생존 전략을 지원하는 장기 재정 도구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 평가의 초점을 ‘집행률’이 아닌 ‘성과의 지속성’으로 옮겨야 한다. 중앙정부는 지자체가 수립한 중장기 전략의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하고, 이후에는 일정 기간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신뢰 기반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 간 협업을 촉진하기 위한 광역 연계 사업도 활성화해야 한다. 인구 문제는 행정 구역 단위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북을 비롯한 지방의 위기는 숫자로만 평가할 일이 아니다. 주민이 실제로 지역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어야 진정한 성과다. 지방소멸은 단기간의 사업으로 막을 수 없는, 구조적이고 세대적인 과제다. 정부는 단기 성과 중심의 연례평가에서 벗어나, 장기적 안목으로 지방의 자생력을 키우는 제도 설계에 나서야 한다. 기금의 집행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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