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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를 보며 - 황상숙
회색 구름 드리운 하늘 아래 꽃들은 인사를 건네고 장미는 이슬을 머금고 웃는다 구름을 헤친 햇살은 설핏 미소 지으며 하루를 열어간다
하얀 장미는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힘이 되어준 할머니였다
진분홍 장미를 보며 뒷동산을 달리던 어린 날 사촌 자매들과의 순수한 시간은 따스했다
붉은 장미는 마법이었다 이슬 머금은 꽃잎은 사랑스러운 손녀를 닮았다
진분홍과 연분홍이 겹쳐진 부부의 삶처럼 서로 닮아가고 다름 속에서 하나가 된다
장미 속에 깃든 사람들 틈에서 장미는 나였고 나는 장미였다
□ 정성수의 詩 감상 □
시「장미를 보며」는 장미꽃의 다양한 색을 통해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움, 삶의 단면을 섬세하게 포착한 서정시다. 시인은 장미라는 꽃을 단순한 자연의 대상이 아니라 감정과 기억의 상징으로 활용하며, 이를 통해 인생의 여러 인물을 회상하고 자신을 투영하고 있다. 시의 초반부는 잿빛 하늘과 이슬 맺힌 장미를 묘사하며 자연의 정취 속에서 인간의 정서를 끌어낸다. 이어지는 구절들에서는 하얀 장미에 할머니의 존재를, 진분홍 장미에 유년 시절의 사촌 자매들, 붉은 장미에 사랑스러운 손녀를 연결 지으며, 장미의 색채가 곧 인간관계의 스펙트럼임을 보여준다. 오렌지빛 장미에 투영된 어머니와 아버지의 기억은 따뜻하면서도 아련한 정서를 자아낸다. 특히 ‘진분홍과 연분홍이 겹쳐진 부부의 삶처럼 서로 닮아가고 / 다름 속에서 하나가 된다’는 대목은 부부의 삶을 장미의 겹겹이 쌓인 꽃잎에 빗대어 깊은 통찰을 전하며, 서로 다르면서도 하나로 어우러지는 인간관계의 본질을 시적으로 표현한다. 마지막 구절 ‘장미는 나였고 나는 장미였다’는 말은 시인이 장미 속에 깃든 가족들을 바라보며 결국 자신도 그 이야기의 일부임을 깨닫는 존재론적 고백이다. 자연과 인간, 개인과 가족이 하나로 융합되는 이 결말은 시의 주제를 가장 응축된 언어로 완성시켰다. 따라서 시「장미를 보며」는 장미라는 감각적 상징을 통해 삶의 정수와 따뜻한 관계의 의미를 성찰하게 하는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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