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별하지 못한 사이 - 이희숙
영금정 바위에 홀로 앉아 철썩대는 바닷물 바라보며 붉은 낙조 기다린다 하늘은 먹구름으로 흐리고 마음은 분주하게 흔들린다 파도 부서지는 소리에 가라앉은 심장이 덜컥거린다
간절함을 물보라에 실어 저 너머로 띄워 보내려 해도 바다는 아무 대답이 없다 바위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밀려나는 물결만 하얗게 손 흔든다
나는 아직 너를 만나지 못했고 끝내 이별도 하지 못한 채 돌아서야 하는 길 위에 섰다 혹시 그대가 아직 거기 서 있을까 봐 텅 빈 바닷가에 바람만 불고 이름 없는 물새 한 마리 고적하다
파도는 밀려오고 또 밀려가고 나는 아직 작별하지 못한 사이에 머물러 있다
□ 정성수의 詩 감상 □
시「작별하지 못한 사이」는 이루지 못한 만남과 끝내 전하지 못한 이별의 슬픔을 바다의 이미지에 투영하여 깊은 정서를 담아낸 서정시다. 시인은 영금정이라는 실제 공간에서 출발하여 개인적인 내면의 풍경으로 독자를 이끈다. 철썩이는 파도, 붉은 낙조, 묵묵한 바위, 밀려나는 물결은 모두 말 못 할 감정의 상징들로 기능하며, 만남도 이별도 이루지 못한 ‘사이’에 놓인 안타까움을 고조시킨다. 시인은 가슴속에 품은 간절함을 물보라에 실어 보내지만, 바다는 아무 대답 없이 침묵으로 일관한다. 이는 상대방과의 관계가 끝났거나 단절되었음을 암시하는 동시에 슬픔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하얗게 손 흔든다’는 표현은 이별의 형식조차 갖추지 못한 아쉬움을 상징하며,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작별의 허망함을 시각화했다. 또한 ‘이름 없는 물새 한 마리 고적하다’는 구절은 시인의 외로움과 고독을 더욱 절절하게 보여준다. 작별의 감정은 단지 이별의 순간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오래도록 남아 가슴 저미는 존재임을 조용하지만 강하게 드러낸다. 결국, 이 시는 자연과 인간 감정을 겹쳐 배치함으로써 서정성과 상징성을 함께 살린 작품이다. 한 편의 드라마처럼, 끝내 말하지 못한 이별의 순간을 통해 진정한 작별은 '말로서가 아니라 마음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