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만으로는 역사도심이 살아나지 않는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11월 19일
전주시가 노후화된 역사도심의 활력 회복을 위해 건축물 높이 제한을 풀고 관광숙박시설을 허용하는 등 지구단위계획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원도심 쇠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규제 합리화 자체는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규제를 완화하면 도시가 살아날 것이라는 단순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규제가 많아서 죽은 도시가 아니라, 콘텐츠가 없어서 비워진 도시”이기 때문이다. 전주 원도심은 중장기적으로 공실률 증가, 인구 유출, 상권 침체라는 구조적 위기를 겪어 왔다. 이미 존재하는 건물조차 임대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용적률을 높이고 숙박시설을 허용한다고 활성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공급 과잉과 난개발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역사도심은 단순한 땅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과 기억이 중첩된 장소다. 오래된 골목, 근대 건축물, 시민 삶의 흔적이 하나의 이야기와 매력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경쟁력을 가진다. 국내외 사례를 보면 ‘규제 완화 + 콘텐츠 혁신’이 맞물릴 때 역사도심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은 명확하다. 일본 교토시는 도시 경관 보호를 위해 건축물 높이를 엄격히 제한하면서도 전통시장·문화공간·장인 산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세계적 관광도시로 도약했다. 규제를 완화한 것이 아니라 도시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도심을 재편한 것이다. 규제는 최소화했지만 ‘도시 이미지의 일관성’은 강하게 유지했다. 전주는 지금 도시 이미지의 정체성을 키우는 쪽보다, 높이를 풀고 숙박시설을 늘리는 쪽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 스페인 빌바오도 마찬가지다. 빌바오는 쇠퇴한 공업도시를 살리기 위해 랜드마크 건물(구겐하임미술관)만 세운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예술·문화 생태계를 통합적으로 설계했다. ‘하나의 상징 + 지속가능한 콘텐츠 네트워크’가 시민 생활과 관광 수요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전주도 한옥마을이라는 랜드마크가 있지만, 그 이후 도시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적 스토리와 공간 디자인은 아직 부족하다. 규제만 풀어서는 빌바오 효과가 일어날 수 없다. 국내의 경우 대구 근대골목, 인천 개항장, 부산 영도 등이 지역 고유의 스토리텔링과 창작 콘텐츠를 중심에 두어 재생에 성공하고 있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건물의 층수나 용적률보다 ‘살아 있는 콘텐츠’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예술가 창작공간, 로컬 브랜드 육성, 문화관광 콘텐츠의 상업적 확장 등 사람이 몰리는 이유를 먼저 만들었다. 전주는 규제 문구를 고치며 물리적 틀을 바꾸는 데 집중하지만, 원도심에 새로 들어설 ‘콘텐츠’가 무엇인지, 시민과 관광객이 오래 머무를 이유가 무엇인지 제시되지 않았다. 전주시가 강조하는 높이 제한 폐지와 숙박시설 허용은 도시경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역사도심이 가진 특유의 낮은 스카이라인과 골목 풍경이 무너지면, 전주는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도심으로 전락한다. 도시의 매력을 잃으면 규제를 풀어 지은 건물조차 채워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 전주부성 복원 예정지 일대를 8m 이하로 제한한 것처럼, 역사성 보존을 기준으로 한 지역별 맞춤 설계가 필요한데, 현재 계획은 전반적으로 규제 완화에 무게가 쏠려 있다. 전주시는 규제를 얼마나 풀 것인가가 아니라 “전주의 역사도심이 무엇을 이야기하는 도시가 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도시가 가진 이야기를 중심으로 창작·문화 기반시설 확충, 공공공간의 디자인 혁신, 로컬 브랜드 육성, 구도심 특화 산업 발굴 등 구체적 비전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 위에서 규제를 조정해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노후화된 역사도심의 활력은 단순히 높이 규제 완화에서 나오지 않는다. 도시가 가진 고유한 역사·문화 자산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시민과 관광객이 머무를 콘텐츠를 촘촘히 쌓아갈 때 비로소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다. 전주가 진정한 도시경쟁력을 원한다면, 규제 완화보다 먼저 그 도시만의 매력을 되살리는 전략을 확립해야 한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1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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