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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파괴의 1년, 책임 규명 없이 미래도 없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12월 03일
지난해 12월 3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위기에 몰렸다. 현직 대통령이 감행한 불법 비상계엄 선포는 헌정 질서의 뿌리를 흔드는 폭거로, 국가 권력이 시민 위에 군림하려 할 때 어떤 파국이 초래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군과 경찰을 동원한 국회 봉쇄, 언론 통제, 영장 없는 체포 시도는 민주주의의 최소 조건조차 무너뜨린 반헌법적 행위였다. 그날은 헌법 정신이 짓밟힌 날이자, 대한민국 현대사에 또 하나의 오점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지난 1년은 절망만의 시간은 아니었다. 위기의 순간, 국민은 스스로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혹한의 바람과 매서운 공권력의 압박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집회와 행진은, 총칼이나 명령으로 꺾을 수 없는 시민의 의지를 오롯이 보여줬다. 비폭력과 평화의 방식으로 맞선 이 힘은 우리 민주주의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확인시키는 장엄한 증거였다.
국회와 지방의회, 각계 단체와 시민사회도 제각각의 자리에서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헌법을 유린한 행위가 용납될 수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계엄 선포의 원천 무효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결의와 성명이 잇달았다.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고 국회 앞을 지킨 이들, 농성과 단식을 이어가며 국가 폭력에 저항한 이들의 연대는 민주주의 수호의 현장이었고, 그 자체로 국민 주권의 확장 과정이었다.
이 같은 국민의 단호한 저항은 결국 6월 대선을 통해 새로운 정권을 출범시켰다. 총구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시민의 힘이, 투표소에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렇다고 민주주의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내란을 방불케 한 이 사건은 우발적 일탈이 아니라, 권력의 일방적 장악을 위해 치밀하게 기획된 국헌문란 행위였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냉철한 규명과 단호한 책임 추궁이다.
책임자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국가기관 누구도 헌법 위에 존재할 수 없다는 원칙을 명확히 세우는 과정이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제도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권력이 통제받지 않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지난겨울의 혼란을 통해 뼈아프게 경험했다. 헌정 질서를 파괴한 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일은 과거를 단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제 우리 사회는 그해 겨울, 거리에서 배웠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주권은 선언적 문구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현실이며, 그 실천은 시민의 참여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행정부는 견제받아야 하고, 국회는 감시 기능을 다해야 하며, 사법부는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는 눈이어야 하고, 시민은 민주주의의 감각을 날마다 가다듬는 주체여야 한다.
민주주의는 얼마나 단단한가, 권력은 얼마나 투명한가, 그리고 시민은 과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을 이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지난 1년의 고통과 투쟁, 회복과 연대의 역사를 다시 떠올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헌법은 종이 문서가 아니다. 공동체의 약속이다. 민주주의는 저절로 굳건해지지 않는다. 책임 규명은 끝까지 이루어져야 하고, 국민주권의 가치는 지역 곳곳에서, 국가의 모든 기관에서 실천되어야 한다.
추운 겨울을 뚫고 피어올랐던 민주주의의 봄볕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 따스함을 영원히 잃지 않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흔들림 없는 원칙과 더 치열한 성찰이다. 다시는 민주주의가 유린되어지 않도록 이 땅의 모든 시민이 지켜낸 그 봄을 더욱 단단히 지켜내야 한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12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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