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국가예산, 누구를 위한 축포인가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12월 07일
연말만 되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일제히 ‘국가예산 확보’ 성과를 앞다투어 발표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 장면은 하나의 연례행사처럼 굳어졌다. ‘사상 최대’, ‘몇 조 원 시대 개막’과 같은 화려한 표현은 빠짐없이 등장한다. 마치 지자체의 행정 역량이 숫자로만 평가되는 듯한 착시를 불러일으킬 정도다. 그러나 지역 사회의 민심은 이 화려한 홍보전과는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정작 혹독한 경기 침체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소상공인들과 주민들은 그 거대한 숫자만큼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성공적 확보’라는 국가예산의 이면에는 지방재정의 취약성이 깊게 드리워져 있다. 지방정부의 의존 재원 비중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방채 발행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겉으로는 대규모 예산 확보를 성과로 홍보하지만, 그 재정 구조는 중앙 의존과 부채 확대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떠안고 있다. 국가예산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지역 발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재정 건전성이 악화된 채 진행되는 대규모 사업들은 결국 미래 세대가 짊어질 부담으로 전가된다. 오늘의 성과를 위해 내일의 재정을 담보로 잡는 정책이 과연 책임 있는 행정이라 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소상공인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삼중고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역 상권은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정부와 지자체가 각종 지원정책을 발표하고 있음에도 현장의 체감도는 낮기만 하다. “예산은 늘었는데 매출은 줄었다”는 자조 섞인 상인들의 목소리는 그 격차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가예산 확보가 곧바로 지역경제 회복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님에도, 지자체들은 매년 비슷한 사업과 홍보성 프로그램에 예산을 투입하며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책 마련에는 여전히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정 대형 프로젝트나 일회성 행사에 집중된 예산은 지역 전체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결국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예산의 ‘규모’가 아니라 ‘효과’이다. 국가예산 확보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지금, 각 지자체는 더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그 예산이 지역 주민들의 삶을 실제로 얼마나 개선했는가.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 제대로 쓰였는가. 집행 과정은 투명했는가. 일부 의료·복지·생활SOC 사업들은 분명 지역민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긍정적 사례가 전체 예산 구조와 집행 방향의 문제를 가리기 위한 장식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예산은 ‘얼마나 많이 따왔느냐’보다 ‘어디에, 어떻게 쓰였느냐’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단체장과 공무원들의 노고를 폄훼할 이유는 없다.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밤낮없이 뛰는 이들의 노력은 분명 귀중하다. 하지만 행정의 최종 목적은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다. 그 본질을 잊은 채 확보한 숫자만을 치적으로 내세운다면 이는 행정을 위한 행정일 뿐이다. 화려한 성과 발표 대신, 지역의 작은 가게에서 생계를 위해 분투하는 상인과의 대화를 먼저 떠올려야 한다. 주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예산은 존재 이유를 잃는다. 국가예산 확보 경쟁이 자치단체의 ‘잔치’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방향을 고민해야 하며, 주민 참여와 예산 감시를 제도화해야 한다. 지역의 체질을 바꾸는 정책에 예산을 투입하고, 장기적 시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숫자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의 예산’으로 전환될 때, 비로소 국가예산 확보는 축포가 아니라 지역의 희망이 될 것이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12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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