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08-08 10:16:33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지면보다 빠른 뉴스
전자신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라매일
·07:00
·17:00
··
·17:00
··
·16:00
··
·16:00
··
·16:00
뉴스 > 칼럼

괴테는 말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언어로 다시 말한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24일
이택규 전)편집위원회 부위원장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스즈키 유이의『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를 덮으며 오래도록 마음에 남은 문장이다. 처음에는 이 말이 사랑에 대한 시적인 정의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책 속 인물들이 괴테의 문장을 두고 치열하게 논쟁하는 장면들을 따라가다 보니, 이 문장은 단순한 감정의 언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사랑은 카오스나 혼동이 아닌 스며듦이다.
서로 다른 존재를 하나로 만들어 버리는 힘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한 채 서로의 세계 안으로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책 속 인물들은 괴테의 문장을 두고 누가 더 정확히 이해했는지, 누가 원전에 가까운지 다툰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치열한 논쟁은 하나의 진실을 드러낸다. 텍스트는 소유될 수 없으며, 의미는 고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괴테는 이미 많은 것을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은 닫힌 문장이 아니다. 읽는 사람의 삶과 만날 때마다 새롭게 다시 태어난다.
이 지점에서 나는 오래전 가슴에 새겼던 문장을 떠올렸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길을 가라(讀萬卷書 行萬里路).”
독만권서는 지식을 축적하라는 말이 아니다.
행만리로는 단순히 여행을 많이 하라는 뜻도 아니다.
읽고, 걷고, 사유하라는 요청이다.
책 속 문장을 우리 삶의 길 위로 가져오라는 뜻이다.
읽음이 머리에만 머물면 그것은 단순한 정보에만 그친다.
경험이 성찰 없이 지나가면 단순한 체험으로 남는다.
그러나 읽은 것이 삶과 만나 스며들 때, 비로소 우리에게 우리의 언어로 남게 된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장을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모든 것은 말해졌지만 내 자신의 언어로 다시 말할 때 그 의미를 가진다.”
세상에는 이미 수많은 말이 있다. 사랑에 대해서도, 인생에 대해서도, 배움에 대해서도... 괴테도 말했다. 철학자들도 말했다. 우리는 어쩌면 그 말들을 반복하며 살아갈 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복은 절대로 무의미하지 않다.
그 말이 내 안에 스며들어 내 삶으로 드러날 때, 전혀 다른 나의 문장이 된다.
독만권서 행만리로도 결국 스며듦의 철학이다.
타인의 언어가 나의 경험과 만나고,
읽은 문장이 우리가 걸어온 길 위에서 다시 숨 쉬게 되는 그때 괴테는 더 이상 옛 시대의 문호가 아니라, 나의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대 문호가 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은 상대를 내 기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대의 세계에 조용히 스며드는 과정이다. 텍스트를 대하는 태도 또한 그렇다. 완벽히 이해하려는 집착 대신, 나의 삶과 조용히 만나게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배움의 자세일 것이다.
괴테는 이미 많은 것을 말했다. 이제는 우리가 우리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읽고, 걷고, 사유하고 다시 말하라.
그리고 그 말이 삶으로 드러날 때까지 기다려라.
그때 비로소 우리는 알게 된다.
배움은 인용이 아니라 변화이며,
지식은 소유가 아니라 스며듦이라는 사실을.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24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기획특집
귀농·귀촌으로 다시 뛰는 김제, 지역 활력으로 이어지다  
전주비전대, K-컬처 기술인재 양성 AI 실무연수 성료  
도서관, 책을 넘어 사람과 지역을 잇다  
김제, ‘머무름’의 가치를 깨우다… 체류형 관광 이정표 제시  
지역소멸의 시대, 마을의 시간을 기록하다  
정읍시 ‘잘 쓰는 행정’ 선언…재정혁신으로 미래 기반 마련  
고창군, 민선 8기 3년…산업·관광·복지 10대 성과 결실  
김제시, 생활밀착형 자살예방 안전망 확대  
포토뉴스
어반자카파·심수봉부터 AI 판소리까지…전주세계소리축제 `풍성`
2026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대중음악과 전통예술,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을 맞는다. 감성 보컬 그룹 어반자카파 
국립민속국악원, 임서연 `강산제 심청가` 완창 무대
국립민속국악원이 판소리 완창의 깊은 멋을 느낄 수 있는 '소리 판' 무대를 마련한다.국립민속국악원은 오는 22일 오후 2시 예음헌에서 소리꾼  
지역 창작연극 `감정거래소` 8일 우진문화공간 무대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이 지원하는 창작 연극 '감정거래소'가 오는 8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이번 공연은 전북문화관광재단 
백정신 센터장 ˝청년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문화공간 만들겠다˝
삼천생활문화센터가 청년들의 취향 탐색과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오늘은 딴짓 좀 하겠습니다 : 기지개 기록'을 운영하며 참가자를 모 
전주문화재단 공연예술지원 선정작 `전주-무경` 무대 오른다
전주문화재단의 2026 공연예술지원 사업 선정작인 '박현희 무브먼트'의 창작 한국무용 공연 'RETURN-전주-무경(舞景)'이 오는 8일 전주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228. 501호 / mail: jlmi1400@hanmail.net
발행·편집인: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