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09-23 02:40:04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지면보다 빠른 뉴스
전자신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라매일
·17:00
··
·17:00
·16:00
··
·16:00
··
·16:00
··
·16:00
뉴스 > 칼럼

괴테는 말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언어로 다시 말한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24일
이택규 전)편집위원회 부위원장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스즈키 유이의『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를 덮으며 오래도록 마음에 남은 문장이다. 처음에는 이 말이 사랑에 대한 시적인 정의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책 속 인물들이 괴테의 문장을 두고 치열하게 논쟁하는 장면들을 따라가다 보니, 이 문장은 단순한 감정의 언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사랑은 카오스나 혼동이 아닌 스며듦이다.
서로 다른 존재를 하나로 만들어 버리는 힘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한 채 서로의 세계 안으로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책 속 인물들은 괴테의 문장을 두고 누가 더 정확히 이해했는지, 누가 원전에 가까운지 다툰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치열한 논쟁은 하나의 진실을 드러낸다. 텍스트는 소유될 수 없으며, 의미는 고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괴테는 이미 많은 것을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은 닫힌 문장이 아니다. 읽는 사람의 삶과 만날 때마다 새롭게 다시 태어난다.
이 지점에서 나는 오래전 가슴에 새겼던 문장을 떠올렸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길을 가라(讀萬卷書 行萬里路).”
독만권서는 지식을 축적하라는 말이 아니다.
행만리로는 단순히 여행을 많이 하라는 뜻도 아니다.
읽고, 걷고, 사유하라는 요청이다.
책 속 문장을 우리 삶의 길 위로 가져오라는 뜻이다.
읽음이 머리에만 머물면 그것은 단순한 정보에만 그친다.
경험이 성찰 없이 지나가면 단순한 체험으로 남는다.
그러나 읽은 것이 삶과 만나 스며들 때, 비로소 우리에게 우리의 언어로 남게 된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장을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모든 것은 말해졌지만 내 자신의 언어로 다시 말할 때 그 의미를 가진다.”
세상에는 이미 수많은 말이 있다. 사랑에 대해서도, 인생에 대해서도, 배움에 대해서도... 괴테도 말했다. 철학자들도 말했다. 우리는 어쩌면 그 말들을 반복하며 살아갈 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복은 절대로 무의미하지 않다.
그 말이 내 안에 스며들어 내 삶으로 드러날 때, 전혀 다른 나의 문장이 된다.
독만권서 행만리로도 결국 스며듦의 철학이다.
타인의 언어가 나의 경험과 만나고,
읽은 문장이 우리가 걸어온 길 위에서 다시 숨 쉬게 되는 그때 괴테는 더 이상 옛 시대의 문호가 아니라, 나의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대 문호가 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은 상대를 내 기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대의 세계에 조용히 스며드는 과정이다. 텍스트를 대하는 태도 또한 그렇다. 완벽히 이해하려는 집착 대신, 나의 삶과 조용히 만나게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배움의 자세일 것이다.
괴테는 이미 많은 것을 말했다. 이제는 우리가 우리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읽고, 걷고, 사유하고 다시 말하라.
그리고 그 말이 삶으로 드러날 때까지 기다려라.
그때 비로소 우리는 알게 된다.
배움은 인용이 아니라 변화이며,
지식은 소유가 아니라 스며듦이라는 사실을.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24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기획특집
추석 연휴, 군산에서 추억을 쌓다  
군산시, 전통시장 장보기로 풍성한 한가위 준비하세요  
벌초하러 고향 찾은 사람들, ‘파파실’에 웃음꽃 피다  
“약속을 실천으로” 강경남 정읍경찰서장 취임 100일  
환승 · 미식 · 공연… 익산역 원도심 소생 프로젝트  
김제시, 만성질환자 합병증 예방을 위한 지속 관리  
달빛·농악·명화 이어지는 정읍의 가을… 도시가 문화무대  
김제를 응원하는 가장 따뜻한 방법, ‘고향사랑기부제’  
포토뉴스
박금숙 작가, ‘K-한지한류공헌혁신대상’ 수상
한지 작가 박금숙 대표가 35년간 이어온 한지 창작과 문화교류 활동을 인정받아 ‘2026 K-한지한류공헌혁신대상’을 수상했다.박 작가는 대한민 
완주 여행의 밤이 길어진다…‘완주나잇’ 26일 첫선
완주의 가을 여행이 해가 진 뒤에도 이어진다. 고택과 갤러리, 관광농원 등 지역의 특색 있는 공간에 공연과 전시를 결합한 야간관광 프로그램이  
사진으로 다시 보는 영화…고사동에서 할리우드까지
전주에서 독립영화부터 충무로 상업영화, 할리우드까지 영화와 사진의 관계를 한자리에서 살펴보는 전시가 열린다.전북문화관광재단 우수기획전시지원사업 
진안홍삼축제 관광객, 전주까지 발길 이었다
진안홍삼축제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전주 주요 관광지까지 이어졌다. 지역축제를 단일 행사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근 관광지와 묶 
전주 독립영화 5편, 헝가리 관객 만난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한국 독립영화들이 헝가리 관객을 만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25일부터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제19회 헝가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228. 501호 / mail: jlmi1400@hanmail.net
발행·편집인: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