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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휴전과 이스라엘의 패착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5월 31일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중동전쟁이 휴전을 앞두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나이브하게 전쟁을 시작하여 본전도 건지지 못했고, 이란으로서는 국력의 약화와 정권의 강화라는 이중적 결과를 안게 되었다.
미국과 이란 둘 다 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역량 제거와 정권 교체를 명분으로 전쟁을 시작했으나, 막대한 전쟁 지출에도 불구하고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으며, 국제유가만 올라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이제는 전쟁을 계속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으므로 전쟁을 계속할 이유가 없어졌다. 이란은 원유 수출을 못 해 경제적 붕괴를 앞두고 있어 미국이 계속 공격하면 결사항전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전쟁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
이번 전쟁의 핵심 이해당사자 중 하나인 이스라엘은 작은 것을 얻고 큰 것을 잃었다. 안보 위협이 단기적으로 줄어들었으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커졌기 때문이다. 전술적으로는 이득이 있었으나 전략적으로는 패배다. 왜 그런가.
이스라엘은 적대적인 이웃 국가들에 둘러싸여 자신의 뛰어난 능력과 서방 국가들의 지지를 토대로 생존해 왔다.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에서 잃은 것은 서방 국가들의 무조건적 지지다. 서방 국가들은 우호적이지 않은 중동 지역에서 서방의 최전선을 지키는 이스라엘의 역할을 고마워했는데, 여기에 금이 갔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적 규범을 무시하는 점에서 코드가 같은 네타냐후 총리의 설득에 넘어가 전쟁을 시작했으나, 이제는 네타냐후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리게 되었다. 네타냐후는 전쟁을 계속해야 정권을 유지할 수 있고, 트럼프는 전쟁을 그만둬야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입장에서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부담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맹국들을 무시하는 미국 대통령이 오판으로 중동전쟁에 말려들고, 이로 인해 에너지 부족을 포함한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무분별하게 전쟁을 유발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의 계속을 고집하는 이스라엘 총리는 이제 유럽이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은 상대가 되었다.
서방의 지지를 잃게 된 것보다 이스라엘이 더 크게 잃은 것은 국가적 정당성이다.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밀어내고 국가를 건립한 이래 이스라엘의 존립 근거는 홀로코스트의 희생양이었다는 국제적 동정심만은 아니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적대적인 주변 세력들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힘을 사용하더라도 어느 정도 비례 원칙을 지키는 자제력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2023년 10월 하마스에 의해 테러 공격을 당한 뒤 이스라엘은 비례 원칙을 벗어나 가자지구를 초토화했고, 지나친 민간인 살상은 인도주의적 규범을 크게 벗어나 많은 사람의 눈에 전쟁범죄로 비치게 되었다.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 공격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퇴진했더라면 이스라엘이 이렇게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스라엘에게는 이란의 핵무기 제조 능력을 아예 없애 버려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 그러나 이란의 핵무기 보유 의지 자체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스라엘은 이라크의 핵무기 개발을 무력으로 저지한 경험이 있어 이를 이란에도 실행하고 싶겠지만, 이란도 여기에 대비해 왔다.
적대적 이웃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에게 이번 전쟁에 대한 오판은 심각한 결과를 가져왔다. 지금은 전쟁을 더 밀고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더 밀고 나갈 자체적 능력은 없으며, 미국의 무조건적 지원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물러서는 길밖에 없다. 휴전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동안 해 왔던 행보를 계속하면 더 망가지기만 할 것이다. 그런데 이란 정권의 지도자들을 무자비하게 살상했기 때문에 이 정권이 없어지지 않는 한 언젠가 보복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그에 더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늦춰졌지만 그 역량은 제거되지 않아 장기적 관점에서 핵보복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한 가지 결론은 이스라엘이 오만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며 자신의 목표에만 집착했다. 적대적 상대방들이 약하다고 판단하여 그들이 버티는 역량을 과소평가했다. 그런 오판에 더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무시하는 행보로 정당성을 잃었다. 나 홀로 정당성은 정당성이 될 수 없다. 온 세계가 이스라엘의 목표를 위한 볼모로 잡힐 수는 없다.
미국 국민은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한 것을 당분간 물릴 수 없다. 그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국민은 네타냐후 총리를 퇴진시킬 수 있다. 그렇게 될까. 쉽지 않을 것이다. 네타냐후를 따라 너무 멀리 왔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보다 극단주의로 가기가 쉽다.
지적 능력이 뛰어난 국민을 가진 이스라엘이 정신을 차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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