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송전망 재편 논의 분수령…도정 역할론 본격 부상
전국행동 도청서 기자회견·도지사 간담회… "국가전력망 원점 재검토" 촉구
송효철 기자 / 입력 : 2026년 08월 04일
정부의 반도체 산업 재편 이후 초고압 송전망 계획을 둘러싼 논의가 전북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송전선로 반대 주민운동이 전국 단위 연대로 확대된 가운데, 전국행동이 4일 전북특별자치도청에서 기자회견과 이원택 도지사 간담회를 잇따라 열며 전북도의 역할을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용인반도체국가산단 재검토와 초고압송전탑건설반대 전국행동'과 '송전탑건설백지화전북대책위'는 이날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반도체 산업 지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면 국가전력망 계획도 함께 재검토해야 한다"며 장거리 초고압 송전선로 계획의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들은 "전북은 이미 전국에서 송전선로 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 가운데 하나"라며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345㎸ 이상 송전선로 26개 사업과 변전소 건설이 추진되면 지역 주민들의 환경권과 재산권 침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일정의 핵심은 단순한 기자회견이 아니라 도정과의 공식 협의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전국행동과 전북대책위는 기자회견에 앞서 이원택 도지사와 간담회를 갖고 송전선로 갈등 해소 방안과 국가전력망 정책에 대한 전북도의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전국행동은 간담회에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와 주민 참여 확대, 송전선로 입지선정 절차 개선, 주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사업 추진 중단 등을 건의하며 전북도가 정부와 한국전력을 상대로 보다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광주·전남 중심의 서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이후 전력 수급 여건이 크게 달라진 만큼 용인으로 연결되는 장거리 송전망 계획 역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지역 산업에 우선 공급하는 '에너지 지산지소' 원칙이 국가 전력정책에도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전북은 수도권의 전기 식민지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직접 응답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활용한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도청 인근에서 행진을 벌인 뒤 완주와 임실 등 송전선로 예정지역으로 이동해 지역 주민들과 선전전을 이어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지역 민원이 아닌 국가균형발전과 에너지 정책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북은 새만금 재생에너지와 현대자동차 투자, RE100 산업단지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지역 산업 성장과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북도 역시 새만금 개발과 재생에너지 확대, 산업용 전력 확보 등을 정부와 지속 협의하고 있는 만큼 향후 국가전력망 재편 논의 과정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전국행동의 전북 일정은 해남에서 출발한 전국 대행진의 중간 거점으로, 이후 대전과 충남, 충북을 거쳐 용인과 서울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정부의 국가전력망 계획과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전북 역시 향후 정책 결정 과정의 중요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송효철 기자 |
송효철 기자 /  입력 : 2026년 08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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