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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해외동포들의 망명문학’을 연재하며(21) 러시아, <선봉>·4

「종」,「영광의 죽음」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11월 23일
ⓒ e-전라매일
한국의 현대문학은 조선총독부에 의해 관리·통제되면서 ‘식민지 종속문학’으로 변질되었다. 그러나 해외로 망명한 애국지사들이 발표한 작품들에는 당시 한민족의 참상과 소망이 오롯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이러한 자료들을 오랜 세월에 걸쳐 수집·정리한 백제예술대 김동수 명예교수의 글을 통해 민족정신을 되살리고자 한다. / 편집자 주

이 자료들은 1924년 소련 블라디보스톡에서 발간한 『先鋒』(1924.7-1926.12)지에 게재되었던 작품들로 1996년 필자가 미국 U.C.Berkeley 동아시아도서관에서 수집해온 자료들이다.

ⓒ e-전라매일
1. 러시아 연해주에서
- ‘울지 않은 종(鐘)이 어디 있으랴!’

<대동공보>는 1908년 11월 18일 연해주에 이주분하고 또 분하야 윗 장대에 닿아 올라 / 다른 나무를 안고 힘껏 흔들어 보았네
그러나 움직도 않는 것은/ 아마도 내 힘이 어리구나 내 팔이 약하구나

요지간은 아픔이 쓸쓸도 하여라 / 오늘도 나는 자고 일어나니
그 하늘 그 땅 그 사람이 그냥 있네

어이 어이 외이며 거리로 지나는 상념 / 저 속에는 하고 싶은 일 다 못하고 죽은 이
여븍 설웠으랴 여븍 분했으랴 / 내 일 같아서 두 주먹 쥐고 마음짐쳣네

울지 않은 종이야 어디 있으랴 / 언제나 한 번은 이 종도 울고야 말걸
그렇게 믿고 오늘도 나는 정성껏 종을 때리네
-임 망명인, 「종」, <선봉>, 1929. 3. 1

아무리 ‘나무를 안고 흔들어 보아도’ ‘움직도 않는 것은/ 아마도 내 힘이 어리구나 내 팔이 약하구나’ 하고 자신의 미약한 신세를 한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울지 않은 종이야 어디 있으랴 / 언제나 한번은 이 종도 울고야 말걸 / 그렇게 믿고 오늘도 나는 정성껏 종을 때리네’ 하면서 가명의 실명(實名)을 감춘 ‘임 망명인’이 광복의 종(鍾)이 울릴 그 날을 고대하고 있다.

나의 동생 어엽븐 / 십월(十月) 아기일세
십월 아기 그 얼굴 / 보름달 같고
깜짝이는 눈동자는 /새벽 별 같다

도리도리 짝짝꿍 / 재롱부릴 때
너풀거리는 검은 머리 / 희바람치고
두드리는 손 장구 / 피아노 소리.

장미 같은 붉은 땀 / 포동거리며
고살(고사리) 같은 두 주먹 / 촉촉할 적에
어머니는 귀업다고 / 키쓰를 한다.

앵도 같은 그 입술 / 방긋거리고
포동포동 두 다리 / 가다 펼 때에
금붕어의 뛰음보다 / 이상이로세

나의 동생 십월 아기 / 어서 자라라
네 놈 손 꼭 쥐여잡고 / 학교에 가서
맑쓰주의 레닌주의 / 배우려한다.
- 그애 형, 「십월 아기」, <선봉>, 1930. 1. 8.

1930년대 러시아령으로 이민 가 있던 한인들이 현지 공산체제에 동화되어 안착하고자 어여쁜 누이(너풀거리는 머리, 앵도 같은 입술)를 학교에 보내 ‘맑스·레닌주의’를 하루속히 배워 오기를 고대하는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시에서도 여전히 가명( 그애 형)을 쓰고 있다.

ⓒ e-전라매일
2. 흑룡강 홍개호 물가에
- 영원히 몾 잊으리라- 의로운 죽음을’

영원히 못 잊으오리라 의로은 죽엄을 / 만주리 평야와 흥개호 산독에서
흑용 강변과 흥개호 물가에서 / 무산자 조국에 숨 밟힌 그들을

남경과 봉천의 피 마시는 장군들은 / 머리를 숙이었다 그들의 용감에
런던과 와싱턴 『평화의 창조자』들 / 가만히 부서졌다 그들의 함성에

계급투쟁에 용기 없는 자들아! / 전율하여라 거룩한 희생 앞에서
경제개조에 믿음 적은 자들아! / 자복하여라 위대한 승리 앞에서

백만대 뜨락또로 벌판에서 울 때 / 수천 척의 비행기 공중에 날 때
새 화환이 춤을 추리라 그들 무덤에 / 세 동상이 우뚝하리라 쏘베트 땅에

고별의 데포소리는 매치엇다- / 비린내 가득한 자본세계의 공간을
추도의 음악소리는 두드렸다- / 의분이 넘치는 혁명아들의 고막을

쏘베트 나라의 따뜻한 품속에서 / 사랑하는 아들들은 아주 떠나갔다
그러나 도덕대중의 건전한 뇌속에서 / 무너 아니지는 기념탑이 되어있다.
- 자강, 「영광의 죽엄」, <선봉>, 1930. 1. 18

1908년 독립운동가 대계(代溪) 이승희 선생은 경북 성주 출생으로 블라디보스크로 망명하여 안중근, 류인석, 이상설씨 등과 만나 독립운동을 하다가, 1909년 김림성 홍개호 변 밀산부 봉밀산 밑에 독립기지인 한흥동을 건설하였다.
황무지를 개간하여 한인 유랑인 100여 가구를 이곳에 이주시켜 이 곳에 <한민학교>라 명명하고 교민교화에 힘썼다.
이후 이곳이 독립군 기지가 되어 1920년 임시정부는 이곳 홍개호 밀산에서 「대한독립군」을 조직하였던 곳이다.

천 리에 격한 조선 / 보이지는 않아도/ 우리는 듣는다 때때로 / 조선의 울음소리를
조선의 피 끓는 소리를 / 조선의 불타는 소리를 /오-칼 잡은 민중아!

일본의 군벌 앞에서 / 더욱히 최근의 죽엄 / 이런 죽음이 역사에 몇 번이냐?!
삼천 명 학생의 총살된 시체를 / 슬며시 밟은 민중아, 학생아!
폭풍을 주라 번개불을 주자 / 비린내 나는 조선에 / 도살하는 교육에-

벌판에서 일어나는 폭풍아! / 눈에서 쏟아지는 번개불아! / 막 휘둘러 베어라!
막 베어 바러사! /저 흰빛의 칼과 창을 뿌리까지 / 조선의 넓이로 길이를 잃는 데로……

우리는 아츰 해 등에 지고 / 망치를 더 높이 든다 / “뜨락똘” 압에 더 힘 있게 모인다
이것으로 응원의 팔을 버린다 / 인연의 귀를 기울인다 / 천리에 격한 조선에서
칼 잡은 민중에게 / 총살된 학생들에게 (* 조선 학생들을 총살한 소식을 듣고서)
-로동학원 김준, 「조선에 준다」, <선봉>, 1930. 1. 21.

‘천 리에 격한 조선 / 보이지는 않아도/ 우리는 듣는다 때때로 ∽ ‘일본의 군벌 앞에서’ 죽어가는 ‘삼천 명 학생의 총살된 시체’ ‘조선의 울음소리를’ 그 ‘ 피끓는 소리를 / 조선의 불타는 소리를’들으며 연해주 추신으로 <선봉>에 「국문타령」 외 많은 글을 발표했던 김준은 ‘오, 조선의 민중아! 칼을 잡으라’ 외치고 있다.

살자 살자 암만해도 못 살겠구나/ 요놈의 세월 못 살 세월 0나기래서
쏘베트엔 회장 녀석 보호리더바/ 우경으로 둘러대는 당원에게나
청을 들어 클라크나 면해나 볼까/ 안 됩니다. 아부지 쓸데없어요
계급분열 그리되니 어띠 합니까?
-해삼시에서 옥평, 「꿀라크 수심가」, <선봉>, 1930. 2. 8.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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