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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이제 ‘쉼’이 있는 여행으로 – 두 번째 이야기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7월 17일

이택규 본지 편집위원회 부위원장

올해 초, 아내와 둘이 다녀온 발리 여행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지만,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6월 30일, 다시 발리행 여객기에 우리 가족 모두 함께 몸을 실었다.
두 딸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기에 비행기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여행의 무게감과 책임감이 크게 몰려왔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쉼’이 있는 여행이었다. 낯선 곳에서 책 한 권을 천천히 읽고, 머물던 숙소 근처를 산책하며 현지의 일상에 스며드는 것.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 오롯한 쉼의 시간이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발리 응우라라이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여행의 주도권은 두 딸에게 넘어갔다. 패러글라이딩, ATV, 새벽 2시에 출발하는 일출 지프 투어, 유명한 사원과 맛집 투어까지...
이쯤 되면 ‘쉼’보다는 ‘정복’에 가까운 여행 일정이다.
이런 전투에 가까운 여행 일정 속에서도 나는 나의 ‘쉼’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하루 중 잠깐이라도 책을 펼치고, 해 질 녘 잠깐 숙소 주변을 거닐며, 처음 계획했던 나만의 ‘쉼’을 조용히 밀어 넣어 보려 애썼다. 내가 원하는 것과 가족이 원하는 것을 함께 이루어 내기 위한 노력. 그렇게 나의 여행은 점점 더 ‘쉼’이 부족한 ‘빡센’ 일정으로 바뀌어 갔다.
여행을 함께하는 사람의 수만큼 여행의 리듬도 달라진다. 그 속에서 내가 지켜야 할 ‘쉼’을 찾는 건, 마치 ‘소음 속에서 고요함을 발견하는 일’과도 같았다.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우리가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게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도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지켜야 할 가치를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필자는 “이 또한 나만의 ‘쉼’이자, 내가 감당해내야 할 소중한 나의 여행의 일부이니 받아들이자.”라고 결단하였다.
어쩌면 ‘쉼’이란, 완전한 고요 속의 멈춤이 아니라, 혼란 속에서도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태도’일지도 모른다.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웃음을 잃지 않고, 감사함을 잊지 않으며, 이 자리에 있는 나. 가족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야말로 나에겐 가장 용기 있고 행복한 여행이었다.
사람들마다 각자가 생각하는 ‘여행의 개념과 의미’가 있겠지만 우리 두 딸에게 ‘여행’이란, 많은 것을 보고 사진을 찍고, SNS에 공유하며 여행의 일상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이었다.
그런 활동들 속에서 그들은 삶의 에너지를 얻고,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다. 두 딸에게 이것은 분명한 ‘쉼’이요 ‘휴식’이다.
반면, 필자가 생각하는 여행의 의미는 많이 다르다. 낯선 공간에서 천천히 책을 읽고, 아침 햇살을 받으며 숙소 주변을 산책하는 것. 그런 느림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을 통한 ‘휴식-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용기는 자신만의 이런 생각을 내려놓고, 소중한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냥 우리 딸들이 원하는 대로 하자. 나는 우리 두 딸과 함께라면 뭐든 괜찮아.”
나를 포기한다는 표현보다는, 소중한 이들을 위해 기꺼이 나를 내려놓을 수 있다는 양보와 배려를 통해 뿌듯함을 갖는 것이었다. 마치 예전에 아내가 나에게 했던 말과 행동처럼...
결과적으로, 이번 여행은 필자가 처음 생각한 ‘쉼’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지만, 그만큼 더 따뜻하고 감동적인 시간이 되었다.
가족이 함께 웃고, 함께 움직이며 쌓은 기억들은 쉼의 모양을 바꾸었고, 그 다름을 받아들이는 나 자신도 이전보다 더 유연해진 것을 느꼈다.
그 와중에도 나는 나만의 조용한 시간을 놓치지 않았다. 이른 아침, 아직 모두가 잠든 시간에 요가 수업을 듣고,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라는 책과 함께했다. 낯선 공간에서의 요가와 독서는 내 몸과 마음을 깊이 어루만져 주는 귀한 시간이었다.
이제 조금은 알겠다. 무언가 많은 시간을 내서 완벽한 쉼을 기대하기보다, 일상의 틈 속에서 나를 위한 작은 순간을 발견하고 지켜내는 것. 그게 진짜 쉼이고, 진짜 여행이라는 것을...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이 작은 멈춤과 쉼이, 우리가 내일을 살아갈 더 큰 힘이 되어준다는 것을...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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