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전북에서 남성과 여성 인구 비율이 정확히 50:50을 기록하며 수치상 평형을 이뤘지만, 삶의 양상은 여전히 성별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인구 구조의 균형에도 불구하고 고용, 가족, 건강, 가치관 등 주요 지표마다 남녀 간 삶의 질 차이가 여전히 큰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보는 호남지역 남과 여’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북의 총인구는 약 176만8000 명이며, 남성과 여성이 각각 50.0%를 차지해 성비가 완전히 일치했다.
그러나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가구 구성, 경제활동, 결혼관, 건강관리 등 삶의 전반에서 성별에 따른 차이가 여전했다. 전북의 전체 1인 가구 수는 약 29만7000 가구이며, 이 가운데 여성 비중이 51.7%로 남성보다 많았다.
특히 고령 여성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노년층 중심의 여성 단독 가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로 65세 이상 고령 여성은 전체 여성 인구의 26.6%를 차지하며, 고령화 현상이 여성층에서 더 두드러졌다.
고용률 역시 성별 간 격차가 뚜렷했다. 2023년 전북 전체 고용률은 63.8%였고, 성별로는 남성이 69.7%, 여성이 57.9%로 약 12%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여성의 사회 진출 기회가 여전히 제약된 구조임을 보여준다.
다만 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상대적으로 더 활발했다. 고령 여성의 취업 비중은 34.2%로, 고령 남성(30.5%)보다 높게 나타났다.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에서도 성별 차가 있었다.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은 남성 중 9.5%, 여성은 5.4%에 그쳤고,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은 남성 63.8%, 여성 52.2%로 나타나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 같은 인식 변화는 실제 혼인 건수의 감소로 이어졌다. 2014년 9,211건이었던 전북의 혼인 건수는 2024년 6,388건으로 10년 새 약 31% 감소했다. 초혼 평균 연령도 남성은 33.9세, 여성은 31.2세로 모두 상승 추세다.
건강에 대한 자기 인식과 실천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남성이 56.9%, 여성은 49.2%로 남성이 더 높았지만, 실제 건강 실천에서는 여성이 앞섰다.
여성의 아침식사 실천율은 66.1%로 남성(58.3%)보다 높았으며, 정기 건강검진 실천율은 남녀 모두 약 86%로 유사하게 나타났다. 반면 규칙적인 운동 실천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높았다.
이처럼 전북은 인구 성비 측면에서는 평형을 이뤘지만, 삶의 실제 양상에서는 성별에 따라 구조적 불균형 격차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성별에 따른 뚜렷한 삶의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성별 특성을 반영한 지역 맞춤형 성인지 정책과 서비스의 확대가 시급하다"며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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