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 나이 들었다고 안 써줘요.”
전주에 거주하는 하모(66·남)씨는 몇 달째 마트 계산원이나 청소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번번이 나이 때문에 퇴짜를 맞았다. 하씨는 “연금도 적고, 자식한테 손 벌릴 수도 없어 일하고 싶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고령층 10명 중 6명이 여전히 일을 원하고 있지만, 실제로 일하는 사람은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강 문제, 연금 미수령, 노동시장 내 차별 등이 고령자 취업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령층이 가장 오래 일한 일자리의 평균 근속기간은 2017년 6·6개월로, 전년 대비 0.5개월 감소했다. 현재까지 근무 중인 이들의 평균 연령은 62.6세였으며, 퇴직자의 퇴직 시 평균 나이는 52.9세로 조사됐다.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0.9%, 고용률은 59.5%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0.3%p, 0.5%p 소폭 증가한 수치다.
가장 오래 근무한 직장을 그만둔 주요 이유로는 '사업 부진 및 조업 중단'이 25.0%로 가장 많았고, '건강상의 이유'(22.4%)와 '가족 돌보기 및 육아'(14.7%)가 뒤를 이었다.
최근 1년간 구직 활동을 한 고령층의 비율은 20.0%로, 여전히 5명 중 4명은 구직 경험이 없었다. 미취업자의 43.6%는 '건강상 이유'를, 20.6%는 '가사·가족돌봄'을 비구직 사유로 꼽았다.
실제로 고령층의 장래 근로 희망 비율은 69.4%에 이르고, 희망하는 평균 은퇴 연령도 73.6세였다. 그러나 건강상 문제(43.6%)와 가족 돌봄(20.6%) 등으로 구직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연금 수령 여부에서는 절반 이상인 51.7%만이 연금을 받고 있으며, 월평균 수령액은 86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령하지 못한 고령층은 48.3%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일자리를 찾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은 단지 생계만을 위한 노동이 아니라, 사회적 역할을 지속하고 싶은 욕구도 함께 지니고 있어 고령 친화적 노동 환경 조성과 직무 재설계가 매우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고령층 고용 확대를 위한 고령 친화형 일자리 창출과 직무 재설계 및 전환 교육을 강화해 노동시장 내 차별을 해소하고 시간제·탄력근무제 적용으로 유연한 근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내 한 경제학 교수는 “고령층의 경험과 기술을 살릴 수 있는 공공일자리 및 사회적기업 연계 확대가 중요하다”며 “단순 노무직 외에도 적합직종 개발과 정책적 유인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