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 아동문학가
이른 새벽, 묵주를 손에 들고 기도로 하루를 연다. 아파트 둘레길로 들어서면 나를 감싸는 것은 신선한 공기와 고요한 숲의 숨결이다. 오랫동안 몰랐던 길, 퇴직 후 우연히 발견한 이 산책로는 내 일상의 귀한 선물이 되었다. 붉은 벽돌길, 동그란 콘크리트길, 오르내리는 통나무길, 그리고 촉촉한 흙길이 번갈아 이어지며 걷는 이의 발끝을 배려한다. 숲을 설계한 사람의 세심한 마음이 느껴진다. 길 양옆으로는 소나무와 들꽃이 어우러져 살아가며, 그 질서와 조화가 곧 자연의 교훈이 된다. 특히 꼿꼿한 자태의 맥문동 꽃은 걷는 이를 품격 있게 맞이한다. 진보라빛 꽃대 사이로 연분홍과 연보라의 작은 꽃들이 차례차례 피어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중얼거린다.“아, 생명은 이렇게 자라나는구나.” 숲은 눈으로만이 아니라 귀로도 빛난다.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가 아침마다 울려 퍼진다. 검은댕기해오라기가 “꺄악” 소리내어 합창의 문을 열면, 까치가 “깍깍깍” 화답하고, 참새가 “짹짹” 경쾌한 음을 얹는다. 매미는 한여름의 리듬을, 풀벌레는 “찌르르, 쓰르르” 현악기처럼 배경을 채운다. 그 사이 나지막한 기도 소리가 더해지면 숲은 완전한 연주가 된다. 혼자 나서는 소리는 없다. 다만 서로 어울려 한 곡의 조화를 이룬다. 가끔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사람들을 만난다. 눈부신 말티즈, 복슬복슬한 포메라니안, 작고 큰 눈의 치와와, 묵직한 눈매의 시추…. 주인들의 걸음은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강아지를 끌고 앞서가고, 어떤 이는 뒤에서 묵묵히 따르며 기다린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떠오른다. 주님도 우리를 그렇게 이끄시는 게 아닐까? 앞서 몰아붙이지 않고, 뒷걸음질치지 않고, 다만 곁에서 함께 걸어주시는 모습으로. 둘레길 한 바퀴는 30분, 두 바퀴는 한 시간. 처음엔 힘차던 걸음도 시간이 흐르면 느려지고 땀이 맺힌다. 그러나 기도는 어느새 채워지고, 집으로 돌아와 마지막 기도를 드릴 때면 마음은 한결 산뜻하다. 아침 숲길의 합창은 오늘도 이어진다. 그 소리와 걸음 속에서 나는 다시 믿음을 새기고, 하루를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