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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은 최신인데 불은 더 빨리 번진다 ‘우리집 대피계획’이 더 중요해졌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11월 25일
전주덕진소방서 대응예방과 소방위 이선경

요즘 지어지는 건물들은 유리와 금속으로 매끈하게 마감되고, 단열재와 패널이 겹겹이 적용되어 에너지 효율이 높다. 외관만 보면 예전 건물보다 더 안전해 보이지만, 화재 현장에서 마주하는 상황은 다를 때가 많다. 건물은 새로워졌지만, 불길은 오히려 더 빨리 번지는 양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 건축에 사용되는 자재와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예전 건물은 벽돌이나 콘크리트처럼 무겁고 두꺼운 재료가 주류였으나, 최근 건물은 단열 성능과 시공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경량 외장재와 패널을 사용한다. 이 자재들은 법령에 따라 불연·준불연 성능을 갖추고 있어서 평소에는 안전하지만, 화재가 발생하면 단열층과 외장재 사이의 틈과 공기층이 열과 연기가 이동하는 통로가 되어 불길이 짧은 시간 안에 위·아래층으로 확산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건물 외벽을 감싸는 외피(파사드) 구조에서는 불길이 내부가 아닌 ‘외벽 바깥쪽’을 타고 위층으로 치솟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외관은 멀쩡해 보여도 보이지 않는 틈 사이로 열과 연기가 순식간에 이동해 주민과 소방 모두가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처럼 현대 건축물에서의 화재 확산은 빨라지고 있지만, 우리가 실제로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은 오히려 짧아지고 있다.
이제 화재 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대피를 시작하느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상황에서 무조건 대피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특히 아파트처럼 세대별 방화구획이 잘 갖춰진 건물에서는 화재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에 따라 대응이 완전히 달라진다.

내 집 안에서 불이 시작된 경우에는 즉시대피가 원칙이다.집 내부 화재는 연기와 열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이므로 “잠깐 상황을 살피는 시간” 자체가 위험이 될 수 있다. 문을 닫고 계단을 이용해 지상이나 옥상 등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엘리베이터는 절대 이용해서는 안 된다.

반면, 다른 집이나 복도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는 상황 판단이 필요하다.복도나 계단실에 연기가 가득 찬 상태에서 무작정 밖으로 나가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기·화염이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문을 닫고 실내에 머무르며 119에 신고하고 안내를 따라야 한다. 불가피하게 대피가 필요할 때는 경량칸막이, 하향식 피난구 등 아파트 내 대피시설을 활용하는 것도 안전한 방법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평소에 우리집의 대피계획을 세워두는 일이다.대피계획이라고 해서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비상구가 어디인지, 복도나 현관 앞에 장애물이 없는지, 아이가 있다면 누가 손을 잡고 어떤 경로로 이동할지, 화재 시 어느 계단을 이용할지를 가족 모두가 알고 있으면 된다.

또한 집에 설치된 피난시설은 반드시 직접 확인해봐야 한다.베란다의 완강기, 저층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피난사다리, 옆집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량칸막이는 ‘어디 있는지 아는 것’보다 ‘직접 열어보고 손으로 만져본 경험이 있는가’가 훨씬 중요하다. 실제로 화재 시 많은 위험은 “몰라서” 또는 “써본 적이 없어서” 생긴다.

현대 건축은 계속 변화하고, 건물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하지만 한 가지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준비된 사람만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불은 보이지 않는 틈을 타서 빠르게 번지지만, 대피는 오직 준비한 사람만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오늘 단 몇 분만 시간을 내 우리집 대피계획을 세워본다면, 그것이 위급한 순간 가족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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