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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책방의 불빛, 마을 공동체의 희망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3월 24일
이경재
전주대 교수(전,경영대학장)
시 쓰는 경제학자
‘시가 내 인생에 들어왔다’ 저자

우리는 책을 온라인으로 손쉽게 구매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10% 할인은 기본이고, 집 앞까지 배송되는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다. 경제학의 ‘한계원리’에 따르면 인간은 ‘한계편익’이 ‘한계비용’보다 클 때 행동한다. 이 원리에 따르면, 우리는 당연히 더 싸고 편리한 온라인 구매를 선택해야 한다.
이 명확한 결론이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굳이 발품을 팔아 서점을 찾고, 공짜 강의가 넘쳐나는데도 기꺼이 참가비를 내며 동네 책방 북 토크에 참여한다. 숫자만으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이 행동 이면에는 어떤 ‘보이지 않는 한계편익’이 존재하는 것일까?
아프리카 속담 중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웃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삭막한 현대 사회에서, 이 속담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곳이 바로 동네 서점이다. 동네 서점은 단순히 종이책을 쌓아놓고 파는 상업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이웃의 이야기가 모이는 문화의 거점이자, 작가와 독자가 호흡을 나누는 지식의 광장이다. 대형 서점의 매대에서는 소외된 지역 작가의 목소리를 길어 올리고, 독서 모임이나 인문학 강연을 통해 단절된 이웃을 다시 잇는 관계 회복의 공간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역 서점들은 눈부신 분투를 이어가고 있다. ‘동네 책방 문학상’을 제정해 지역 작가를 발굴하고, 어른들이 책값을 후원하면 청소년이 책을 골라가는 ‘책 사줄게’ 프로젝트를 통해 공동체의 온기를 전한다. 이러한 시도들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신뢰와 연결, 그리고 미래를 향한 투자라 할 수 있다.
결국, 지역 서점은 마을의 지적 토양을 비옥하게 가꾸는 공공재이자, 아이들이 문장을 통해 세상을 배우는 가장 따뜻한 교육 현장이다. 이 작은 서점들이 불을 밝히고 있을 때, 비로소 ‘온 마을’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한다.
이 심장이 계속 뛰게 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교육청의 정책적,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일례로 전주시는 ‘책 쿵 20’ 제도를 통해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발길을 서점으로 이끌고 있고, 완주군은 지역 서점 인증제와 문화행사 지원을 통해 서점을 공동체의 거실로 육성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역시 학교도서관의 지역 서점 우선 구매와 ‘서점 나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안정적인 생태계를 조성 중이다. 그 결실로 전주는 이제 오로지 ‘서점과 도서관’을 보기 위해 여행객이 찾아오는 도시가 되었다.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온다. 얼마 전, 29년 역사를 가진 대전의 향토 서점 ‘계룡문고’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아이들이 서점에 소풍을 오는 ‘책 읽어주는 서점’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대형 온라인 서점과의 경쟁, 독서 인구 감소, 그리고 무엇보다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오른 임대료와 관리비 체납 문제로 인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수십 년 동안 지역의 상징과도 같았던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불광문고, 춘천의 광장서적, 청주의 우리문고, 부산의 문우당서점 등도 최근 몇 년 동안 문을 닫은 대표적인 지역 서점들이다.
이처럼 한 마을의 지적 토양이자 문화적 사랑방 역할을 해오던 서점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거나 경영 위기에 직면해 지역 문화의 산실이 사라지는 광경은 남의 일이 아니다. 이미 전국 6개 지자체가 서점 한 곳도 없는 ‘서점 소멸 지역’이 되었고, 그중 두 곳이 전북 내에 포함되어 있다.
서점의 소멸은 단순히 한 가게의 폐업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의 문화적 토대가 조용히 무너지는 일이다. 이제는 더욱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 공공도서관, 학교도서관, 지역 대학들이 책을 대형 도매업체가 아닌 지역 서점에서 우선 구매하도록 조례를 정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정책은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되고, 현장에서 살아 움직여야 한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서점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공간일 수 있다. 그러나 삶의 관점에서 보면 그곳은 한 마을의 영혼이 깃든 장소다. 마을의 지적인 숨결이 멈추지 않도록, 우리가 먼저 서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동네 책방의 불빛이 꺼지는 것은 단지 상점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아이들이 세상을 만나는 가장 따뜻한 공간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econo4you@nate.com)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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