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써 말 많으니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4월 07일
형효순 수필가
문학기행을 나섰다. 4월에 때 아닌 눈이 찬바람과 함께 몰아쳤다. 버스기사님이 올라오면서
“어이 추워 너무 털갈이를 일찍 했어”
“그러게 허물을 일찍 벗는 게 아니여”
승객 점검을 하러 온 아저씨와 주고받는 말 때문에 일순간 앞자리 여자둘이 쿡 웃음을 터뜨리는 것을 시작으로 기사아저씨 신이 났다. 공연히 이말 저말 손님에게 말을 걸더니 이야기가 고팠을까 퀴즈를 낸단다.
“어떤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무덤에서 서럽게 울고 있는 젊은이를 만났답니다. 하도 서럽게 우는지라 궁금하여 도대체 누구 무덤이 길래 그렇게 울고 있는지 물었답니다. 예. 이 무덤의 자기 아버지가 우리아버지 장인이요 우리 아버지 장인이 이 무덤의 자기 아버지요”
아무도 누군지 알아맞히지 못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삼국시대에 한양으로 과거 시험을 보러 가던 선비 이야기였다. 선비도 이 문제를 그 자리에서는 풀 수가 없어 한양까지 가는 도중에 답을 알게 되었다. 그 무덤은 울고 있는 젊은이 어머니의 아버지라는 것을. 용케도 과거 시험에 이 문제가 출제되어, 선비는 그 젊은이가 나를 구하려는 산신령 이였구나 하고 무릎을 탁 쳤단다. 과거에 합격하여 암행어사가 되어 돌아오면서 그 무덤을 찾았지만 무덤은 보이지 않았다고 하는 옛날 이야기였다
말을 애매하게 하면 듣는 사람이 혼란스럽다. 옛날이야기처럼 시험에 나올 문제도 아닌데 쓸데없이 말을 비비 꼬거나 빙빙 돌려 상대방 의향을 묻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지만 우리는 곧잘 말장난을 한다. 거짓 꿀 바른 말에 속아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겪기도 하지만 말을 하지 않고서는 살아 갈 수가 없다. 사회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여자는 하루 평균 25,000개의 단어를 말하며, 남자는 10,000개의 단어를 말한다고 한다. 과연 모두 필요한 말들일까. 남자건 여자건 쓸데없는 말이 이중 절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말을 잘 하면 하루가 편안하다. 심지어 물도 나무도 꽃도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예뻐지고 좋아진다 하니, 돈 때문에 절박한 사람들 말 한마디에 천냥을 갚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기도 하지만 싫은 사람에게 에둘러 말속에 비아냥거림을 슬쩍 넣기도 하고 힘으로 상대 할 수 없는 사람에겐 말속에 뼈를 심어 넣기도 한다. 만나면 그 말투 때문에 기분이 나빠져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기 싫은 친구도 있다. 그러다보니 말에 대한 속담이 수없이 많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을 할수록 거칠어진다. 고자질쟁이가 먼저 죽는다. 글속에 글 있고 말 속에 말 있다. 말로 온 동네를 다 겪는다. 담벼락하고 말하는 셈이다. 모화관 동냥아치 떼쓰듯 한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 입찬소리는 무덤 앞에 가서 해라. 상주보고 제삿날 다툰다. 물이 깊을수록 소리가 없다. 익은 밥 먹고 선소리 한다.
이중에 가장 현재 사회와 당면한 속담은 말로 온 동네가 다 겪는다지 않을까. 확인되지 않는 잘못된 말이 퍼지면서 한사람이 철저하게 피해자가 되는 경우를 우리는 수시로 보면서 살고 있다. 격하게 논쟁을 하다보면 말장난에 끌려 그 본질을 잃어버리고 말싸움만 번지르르하다. 조선 후기 김천택이 편찬한 '청구영언' 시조 580수를 엮어 만든 가집 중 작자미상의 시조에도
말하기 좋다하고 남의 말 말을 것이
남의 말 내 하면 내 말 하는 것이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하여 말을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독이 되기도 하고 말을 잘하면 약이 되기도 하니, 우리는 말속에서 울고 웃고 산다.
분명 혀는 만 가지 재앙의 근원이며 말은 쉽고도 쉬운 탓에 어리석음을 드러나게 하며 입을 무겁게 할 때 찾아오는 고요에 대한 즐거움은 그 무엇과 비할 수 없다 했다. 그런데도 나 역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 놓고 심기가 불편하여 잠이 오지 않을 때가 있다. 만나서 사과를 해야 하는데 이래저래 미루다가 어색한 사이가 되어 멀어진 적이 있으니 남 탓 할 때가 아니다. 때로는 침묵이 금보다 더 값이 있고, 입 살이 보살이라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하였다. 누군가 그랬지.
인생이 편안한 사람은 말을 아끼고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이라고.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4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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